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국내 일본제품 불매운동 확산으로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됐던 토종 문구업체 모나미(005360)의 실적이 악화일로다. ‘노 재팬’ 반사이익은 고사하고 전략이나 신상품 부재로 국내 소비자들이 등을 돌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18일 모나미에 따르면 2·4분기 매출액은 2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하락했다. 모나미는 분기 매출이 최근 수년간 300억원 이상을 유지했지만 2·4분기에는 이마저 깨졌다. 일본제품 불매에 따른 반사이익 기대감이 컸던 상황이라 시장 충격은 컸다.
문제는 1·4분기 매출액 335억원보다 14%나 줄어 추세적인 하락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초부터 1분기를 제외하고는 매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외형뿐만 아니라 이익도 크게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4분기 4억원에서 2·4분기 적자로 전환됐다. 2·4분기 당기순손실은 23억원으로 쇼크 수준이다.
국내 일본제품 불매 운동 확산이라는 호재에도 모나미의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은 자체 경쟁력이 크게 훼손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창업주 2세인 송하경 모나미 대표는 지난 2015년 ‘최서원(개명전 최순실) 사태’ 당시 정유라씨를 위해 독일 승마장을 구입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는 등 본업과 무관하게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송삼석 모나미 회장의 장남인 송 대표는 1993년 경영권을 물려받았지만 과거 모나미의 전성기를 부른 ‘모나미볼펜 153’과 같은 신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신제품 출시를 위한 연구개발(R&D) 보다 기존의 제품을 고급화하는 마케팅 전략에만 치중하다 보니 소비자들의 니즈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국 초중고 개학이 연기 되는 등 정상적인 학사일정이 어렵다 보니 문구 수요가 급감한 것도 모나미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학령인구 감소와 디지털펜 등 문구제품 시장이 급변하고 있지만 모나미는 아직까지 혁신다운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문구 업계 관계자는 “볼펜에서 디지털펜으로 옮겨가는 등 문구시장이 변화하고 있는데 모나미는 아무런 혁신없이 과거 회귀 마케팅만 집착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