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로 대표되는 미인대회는 ’90년대까지만 해도 특정 미용실 인맥을 중심으로 금품로비가 있었다는 풍문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지금 젊은 세대에겐 그럴 가치가 있는지 반문이 돌아올 지경이다. 대표적 성적 대상화를 끌어내는 행사로 꼽히며 크게 퇴색한 지 오래다. 하지만 여전히 미스코리아가 대단하다 믿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다. 50대 여성 김모씨도 이 점을 파고들어 돈을 뜯어냈다.
김씨는 귀금속 판매, 제조업체를 운영하다 적자가 누적돼서 직원들 급료도 제때 주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던 중 2017년 5월경 미스코리아 본선 대회의 공동 주최사와 왕관·주얼리 공급계약을 맺은 김씨는 한 미용실 직원으로부터 한 참가자의 본선 입상을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게 된다. 연결고리는 계약 과정서 친해진 주최사의 대회 진행담당 직원이었다. 이를 계기로 김씨는 미스코리아 심사위원에 대한 금품로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아 사업자금 등에 쓰겠다고 맘먹었다.
김씨는 부탁을 받은 참가자의 어머니를 만나 “딸이 미스코리아를 했으면 좋겠다. 내가 돈을 써서 몇 사람 미스코리아로 만들었다”며 “미가 제일 무난하고 돈도 1억5,000만원밖에 안 든다”고 돈을 보낼 것을 종용했다. 다시 만난 자리에서도 “심사위원 3명에게만 돈을 주면 된다. 미스코리아가 안 되면 돈을 돌려줄 테니 투자하는 걸로 생각하라”고 재촉했다. 말과는 달리 그는 로비가 실패했다고 돈을 돌려줄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그는 허위로 보석매매계약서를 쓴 후 판매대금 명목으로 총 2억원을 받았다. 추가로 심사위원을 구워삶아야 한다고 5,000만원을 추가로 받은 결과였다. 하지만 김씨가 미스코리아 심사위원을 한 적도 없었고 참가자의 입상을 결정할 만한 능력도 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그저 행사 주최사와 용품 공급계약만 맺었을 뿐이었다. 김씨는 미스코리아 주최사의 대회 진행담당 직원을 찾아가 특정 참가자의 당선을 청탁했다. 건넨 돈은 1,000만원. 받은 돈의 5% 수준이었다. 그는 청탁을 거절당했다. 김씨는 사기 및 배임증재미수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유죄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는 김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 부장판사는 김씨에 대해 “보석매매계약을 가장해 돈을 편취했고 그 금액도 매우 크다”며 “주최사 직원에게 돈을 주고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진행을 어지럽히려 한 점도 인정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