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위험시설’ 지정과 관련해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지침을 성실히 실천해 온 PC방과 노래방 점주들이 분노하고 있다. 임시공휴일 지정, 할인쿠폰 지급 등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 일조한 측면이 있지만 책임은 정작 ‘만만한’ 영세업자들에게 떠넘긴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비슷한 오락업소인 오락실, 만화방, 당구장 등은 영업을 이어나가면서 고위험시설 지정의 잣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정부가 ‘고위험시설’에 대한 운영중단을 명령한 19일 자정을 전후해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만난 서울의 PC방·노래방 점주들은 하나같이 정부의 갑작스러운 운영중단 명령에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영업을 두 번째 중단 당하는 노래방 점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A씨는 “코인노래방은 3달 동안 정지를 먹었다가 겨우 영업하기 시작했는데 이제와서 또 하지 말라고 한다”며 “건물주가 임대료를 깎아준다고 했지만 영업을 못하니 그게 다 적자”라고 말했다. 또 다른 노래방 점주는 “얘기하면 화만 나니까 그냥 가시라”며 취재진을 내쫓았다.
노래방과 달리 처음으로 영업중단에 들어가는 PC방 점주들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고위험시설은 유흥주점·콜라텍·단란주점·감성주점·헌팅포차·노래연습장·실내 스탠딩공연장·실내 집단운동시설·직접판매 홍보관·대형학원·뷔페식당·PC방이다. PC방은 당초 고위험시설에 포함되지 않다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추가됐다. 그동안 PC방은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칸막이를 한 칸씩 띄우고 영업을 해왔다.
PC방 점주 B씨는 기분 내키는 대로 결정되는 듯한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을 지적했다. B씨는 “택배 휴일이라고 해서 먹거리 재료들을 잔뜩 주문하게 만들고, 임시공휴일까지 만들더니 영업정지를 때렸다”며 “준비할 시간이라도 주면 모르겠는데 당일 수 시간 전에 발표를 하니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버리는 것들”이라며 귀가하는 손님들은 물론 취재진에게도 남은 먹거리를 나눠줬다.
무엇보다 영업중단 대상 업주들이 분노하는 포인트는 따로 있었다. 그동안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켜가면서 영업해왔지만 PC방·노래방 등은 ‘고위험시설’로 지정된 반면 유사한 오락 시설들은 영업중단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취재진이 이날 새벽 서울의 한 유흥가를 돌아다녀 본 결과 곳곳에서 오락실·만화방·당구장·인형뽑기방 등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한 대형 오락실 점주 C씨는 “여기는 영업중단 대상이 아니다”라며 “코인노래방 기기들은 모두 치워버렸다”고 설명했다. 학원·오락실·일반음식점(규모 150㎡ 이상)·워터파크·종교시설·결혼식장·영화관·목욕탕·사우나·실내체육시설·멀티방·DVD방 등 ‘중위험시설’은 집합제한 명령이 적용되면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영업이 가능하다.
24시간 만화방 직원 D씨는 “영업중단 대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장님이 마스크를 철저히 쓰게 하도록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다른 만화방들 역시 정상영업을 이어갔다. 그러나 일부 당구장에서는 손님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 당구를 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