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못올 하객 밥값만 수천만원”···뒤바뀐 '하객 지침'에 신혼부부 ‘멘붕’

거리두기 2단계 시행으로 하객 '50명 이하' 제한

식장과 계약상 50명 이상 식대도 전부 지불해야

계약 하객 300명이면...250명분 식대만 수천만원

공정위, 예식업계에 식 연기시 위약금 보전 요청

마찬가지로 사정 어려운 업계, 요청 응답 미지수

서울과 경기지역에 대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된 첫날인 지난 16일 교회와 결혼식장, 워터파크 등 다중이용시설은 비교적 차분하게 방역수칙을 준수했다. 사진은 경기도 수원의 한 결혼식장 출입구 모습./연합뉴스서울과 경기지역에 대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된 첫날인 지난 16일 교회와 결혼식장, 워터파크 등 다중이용시설은 비교적 차분하게 방역수칙을 준수했다. 사진은 경기도 수원의 한 결혼식장 출입구 모습./연합뉴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급격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사회적거리두기 조치가 2단계로 상향된 가운데 일부 대책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며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당장 이번 주말부터 결혼식을 올릴 신혼부부들은 하객이 50명 이하로 제한되는 바람에 수천만원의 금전적 손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예식업계에 예식 연기 시 위약금을 보전해주도록 요청했지만 예식 업계도 사정이 어려워 실효성에 의문 부호가 붙는다.

지난 19일을 기점으로 방역 당국은 수도권에서 시행되던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상향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16일부로 자제를 권고한 50인 이상의 실내모임, 100인 이상의 실외 모임이 이번 조치로 인해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이에 실내에서 치르는 결혼식의 하객도 50인 이하로 제한된다.

결혼을 목전에 둔 이들은 종교계 발 확진자 급증세에 이 같은 조치의 불가피한 측면을 이해한다면서도 수천만원 단위의 금전적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달 30일 서울 강남구의 한 예식장에서 식을 올릴 예정인 전모(30) 씨는 지난 4월 코로나 여파로 이미 한차례 결혼을 미뤘다. 당시 예식장 측에서 위약금을 물지 않게 배려해줬지만 이번에는 식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대로 진행하게 되면 천만원 이상의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전씨는 하소연했다.


서울 강동구의 한 예식장에서 다음달 6일 예정된 결혼식을 연기하기로 마음먹은 유모(37) 씨 역시 손해가 막심하다. 이미 계약한 250명 보증인원 몫 식대의 일정 비율을 위약금으로 내야 한다. 웨딩드레스 가봉비, 청첩장 재인쇄 비용 등에도 추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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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의 방침에 따라 결혼식 참여 인원은 50명 이하로 제한되지만 통상 예식장 측이 신혼부부 측에 요구하는 최소 참여 하객인 보증 인원은 통상 2~300명대에서 많게는 400명대를 웃돈다. 보증인원이 확정되면 실제 하객 수와 무관하게 이 인원 몫의 식대는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예를 들어 300명의 보증인원으로 계약을 했다면 나머지 250명분 식대를 손해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이 같은 상황에서 부득이 예식을 연기하는 신혼부부에 위약금을 보전해달라고 예식업중앙회에 요청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가 수개월 이어진 데 따라 예식장 측도 타격이 커 양보만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소재 D 예식업체의 한 관계자는 “7~8월은 비수기라 거의 수입이 없었고 이제 곧 성수기를 앞두고 또다시 사태가 악화돼 너무 힘들다”며 “우리도 운영이 되고 관리가 돼야 식을 치를 수 있는데 계속 지출만 나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도 “요청은 한 상황이지만 강제성이 없어 모든 업체의 참여를 이끌어내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이 같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와 현재 4만3,000여명이 공감을 표했다. 글쓴이는 “정부의 탁상공론 대책으로 인해 신랑신부가 초대할 수 있는 하객은 50명 미만인데 이것도 예식장 직원 최소 5명~10명을 제외하면 고작 40명 초대하겠다고 최소 천만원 이상의 예식비를 지불한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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