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분쟁에서 노조 손을 들어주자 경영계가 “사법부 판단의 정당성에 의문이 든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20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대법원의 판결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신의칙에 따른 예외 적용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기존 노사 합의 임금체계를 성실히 준수한 기업에 일방적으로 막대한 규모의 추가적인 시간외 수당을 부담하게 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며 기아차 근로자들이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기아차 근로자들은 지난 2011년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서 퇴직금과 수당을 산정해야 한다며 6,500억원대 임금을 추가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4,300억원대 이자까지 포함하면 소송 규모는 총 1조원에 달한다.
이번 재판에서 쟁점이 된 사항은 근로자들의 소송이 회사 경영에 중대한 어려움을 초래한다는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하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이 타당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근로자가 받아야 할 임금을 추가 지급한다고 해서 회사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본 것이다.
반면 경영계는 신의칙의 예외 적용을 인정하지 않아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입장이다. 경총은 “신의칙의 판단 근거인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한데다 법원은 그 적용 기준을 주로 단기적인 재무제표를 근거로 판단했다”며 “이는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전략적으로 경영을 추진해야 하는 기업의 경영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은 단순히 단기적인 재무상황을 넘어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경쟁기업을 이길 수 있도록 선제적인 R&D 투자, 시장확대를 위한 마케팅, 협력업체와의 상생 등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경영상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영상 위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경총은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 전반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12% 이상으로 연구개발이나 마케팅에 대한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판결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기업들이 중대한 경영상 위기를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아차 노사는 통상임금 소송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 고용불안 우려에 의견을 같이하고 지난해 통상임금 소송에 합의했으나 이번 판결로 사법부가 노사 자율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길마저도 가로 막았다”고 덧붙였다.
판결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경총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초유의 국가적 경제위기 상황에 기업도 막대한 경영·고용 위기에 처해 있다는 고려는 전혀 없는 판결이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사법부 판단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마저도 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