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 외교관의 주뉴질랜드 한국 대사관의 현지 동성 직원 성추행 의혹에 대해 “같은 남자끼리 배도 한 번씩 툭툭치고 엉덩이 치고 그랬다는 것”이라고 언급해 공분을 일으킨 지 하루 만인 20일 결국 사과했다.
송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8월19일 아침,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뉴질랜드 한국대사관의 현지 직원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저의 발언으로 논란이 커졌다”며 “당초 의도는 다툼이 있는 사안이니 양쪽 이야기를 다 들어보아야 한다는 취지였지만 메시지가 부적절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대방의 동의 없는 신체접촉은 안 된다”며 “저는 외교부가 초기에 엄격한 조사를 통해 제대로 된 처분을 했어야 하는데 ‘경고’라는 안이한 처분을 한 것에 대해 지적해왔고, 그러한 취지를 인터뷰에서 제대로 표현했어야 했는데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2018년 11월 시작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사건에 대한 조사에서도 지난달 30일 인용 결정이 내려져 현재 결정문을 작성 중이라고 한다. 인권위 결정문이 9월 초순 이전에 외교부로 통지될 것”이라며 “인권위 조사결과를 포함해, 외교부에서 다시 한 번 철저한 사실관계 조사를 진행하여 문제 해결을 하도록 촉구하겠다”고 적었다.
또 “재외공관에서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감독을 해나가겠다”며 “이번 사안으로 깊은 고민을 했다. 저 자신이 지금 시대의 성인지 감수성에 괴리된 점은 없는지 성찰하겠다.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앞서 송 의원은 지난 18일 오전 전파를 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진행자의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외교관의 처리 문제에 가닥이 잡혔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문화의 차이도 있다고 본다”면서 “같은 남자끼리 배도 한 번씩 툭툭치고 엉덩이 치고 그랬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뉴질랜드는 동성애에 대해서 상당히 개방적인 곳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주뉴질랜드 대사도 남성, 자기 부인이 남성으로 동반해서 근무하고 있다”며 “(성추행 피해자도) 여성직원이 아니라 40대 초반에 180cm, 덩치가 저(송 의원)만한 남성직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분이 가해자로 알려진 영사하고 친한 사이였다. 그냥 같은 남자끼리 배도 한 번씩 툭툭치고 엉덩이 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그 남성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수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외교관을 뉴질랜드로 송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그것은 오버(과하다)라고 보여진다”며 “(뉴질랜드)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의 통화 속에서 이런 문제(송환) 제기를 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뉴질랜드 정부는 한국 외교관 A씨가 2017년 12월 주뉴질랜드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현지인 남자 직원의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며 그에 대한 직접 조사를 요구한 바 있다. A씨는 뉴질랜드 사법 당국의 조사가 시작되기 전 임기 만료로 2018년 2월 뉴질랜드를 떠났고, 이후 외교부 감사에서 이 문제가 드러나 2019년 2월 감봉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피해자가 2019년 10월 뉴질랜드 경찰에 신고했고, 뉴질랜드 사법 당국은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한국 정부에 수사 협조를 요청했으나, 한국 정부 측의 비협조로 영장을 집행하지 못했다. 이에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관련 문제를 제기하자 외교부는 필리핀에서 근무하고 있던 A씨를 최근 귀국 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