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 드라마 시장이 소생해 예전처럼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지난주 종영한 MBC ‘십시일반’에 이어 ‘출사표’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달 1일 호기롭게 출사표를 던졌으나 마니아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시청률로 조용히 막을 내렸다.
20일 방송된 KBS2 ‘하라는 취업은 안하고 출사표’ 최종회 시청률은 1부 2.6%, 2부 2.9%(닐슨코리아/전국)를 기록했다.
이는 동시간대 방송된 MBC ‘내가 가장 예뻤을 때’(2%, 2.4%)와 JTBC ‘우리, 사랑했을까’(1.79%/전국 유료방송기준)의 시청률을 앞섰으나, 지난 방송분(2.5%, 2.9%)과 별반 차이 없는 수치였다. 시청률 3.5%로 출발한 ‘출사표’는 지난 2회 때 자체 최고 시청률 3.7%를 기록한 이후, 방영 내내 2~3%대에 머물렀다. 마지막까지 결국 반전을 꾀하지 못한채 조용히 출사표를 거둬들인 셈이다.
‘출사표’는 지방 정치와 구청을 배경으로, 우리와 좀 더 가까운 일상 속 정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타 정치드라마와는 결을 달리 했다. 특히 취업준비생이자 민원왕인 29세 구세라(나나)가 구의원에 도전한다는 설정, ‘저스티스’ 이후 오피스 로코물로 만난 나나와 박성훈의 연기 변신이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출사표’는 방송 시작 전부터 편향성 논란에 시달렸다. 진보 정치인은 선하게, 보수 정치인은 악하게 인물들을 편향 묘사했다는 이유로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극에 등장하는 가상의 정당명 ‘다같이진보당’. ‘애국보수당’ 등은 현실 정치를 떠올리게 해 그 논란을 더욱 가열시켰다. 이후 홈페이지 내 인물들의 소개 일부가 삭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황승기 감독은 “드라마 속 정당명이 진보와 보수를 달고 있어서 오해가 생긴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정치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각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싶었던 의도가 있었다”며 “우리가 정치를 구분할 때 진보·보수를 구분하는 것처럼 드라마에서 캐릭터와 구도를 명확하게 이해하길 바라는 바람에서 당이름을 그렇게 명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감독은 인물 소개 삭제 건에 관해선 “드라마 속에 나오지 않는 내용들이 디테일하게 설명된 부분, 극 진행과 무관한 부분이 있어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수정했다. 다른 의도나 정치적 정파성을 가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다행히 그러한 논란은 드라마 중 후반부로 갈수록 줄었다. ‘출사표’는 어렵게 느껴지는 정치 소재를 매회 쉽게 풀어냈고, 그 과정에서 불의에도 굳세게 맞서는 구세라의 시원한 발언과 행동들이 통쾌함을 선사했다. 특히 취업 대신 구의원이 된 구세라와 그의 수행비서를 자처한 사무관 서공명과의 티격태격 코믹 로맨스는 마니아층까지 만들어냈다.
장르물에서 도회적이고 지적인 미녀 이미지를 굳혀온 나나의 연기 변신도 주목할만 했다. 데뷔 후 처음 주연을 맡은 나나는 밝고 유쾌한 ‘구세라’로 완벽 변신해, 그가 지닌 또다른 매력을 보여주었다. 그의 능청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연기는 ‘서공명’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까지 매료시켰다.
전작에서 싸이코패스, 반사회적 인격장애 등 평범하지 않은 인물을 연기해온 박성훈. 그 역시 처음 도전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물에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박성훈은 까칠하고 무뚝뚝하지만 츤데레한 매력의 ‘서공명’ 역으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서공명은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원칙주의자였으나 유독 구세라 앞에서는 여러 차례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코믹과 설렘을 넘나드는 연기부터 촉촉한 감성연기까지 소화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한층 넓혔다.
그러나 결을 달리하는 이야기도, 주연배우의 연기 변신도 결론적으론 시청률 상승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잇따른 수목극들의 자체 경쟁력이 하락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까지 방송가를 덮치면서 수목극 시장은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