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분야 기업에 다니고 있는 30대 중반 A씨는 취미활동으로 디자인 관련 일을 3년째 하고 있다. 일종의 부업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A씨는 이 부업을 사업화할지 고민하고 있다.
그는 “디자인 일을 시작할 때부터 길게 보고 했다”며 “엔터 업계의 특성상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없고, 부업을 통한 수입도 쏠쏠해 미래 진로를 놓고 선택지가 많아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A씨처럼 직장에 다니면서 부업으로 돈을 버는 ‘사이드 허슬러’를 비롯해 일찌감치 첫 직장 때부터 창업을 계획하는 이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직장인들 사이에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다. 조건만 맞으면 이직을 하는 경우는 이제 흔하다. 특히 이전 세대보다 자존감·성취감·정체성을 더 중시하는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에게 직장은 더 이상 ‘청춘을 다 바치고 싶은’ 곳이 아니다. 여기에 집 한 채라도 사려면 젊었을 때 더 벌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이런 트렌드의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
실제 최근 10년 새 신설 법인 수는 계속 늘어 지난해 역대 최고인 10만8,874개를 기록했다. 창업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정책적으로 창업 지원이 많아지면서 창업에 대한 두려움도 조금 줄어든 것 같다”며 “일자리 자체가 크게 감소하고 있고, 기업 내에서조차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생각에 직장인들이 이런저런 시도를 더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퇴근 후 배달을 하거나, 개인의 관심사 등을 엮어 새로운 일을 도모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성취감을 느끼며 성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유튜브 등 플랫폼이 잘돼 있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자칫 본업과 부업 사이에서 중심을 잃어 커리어 자체가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한 과장은 “두 가지를 다 하다 게도 구럭도 놓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기업들이 직장인들의 불안감을 내부에서 소화할 수 있도록 사내 벤처 등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