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이 공연가를 덮치며 ‘악몽의 주말’이 펼쳐졌다. 확진자 발생에 이어 밀접·간접 접촉자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공연이 잇따라 취소된 것이다. 일부 작품은 음성 판정으로 이번 주 일정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K 방역의 상징’으로 꼽히던 공연계마저 코로나에 뚫리자 ‘올 게 왔다’는 분위기다. 최악의 주말 셧다운을 경험한 공연계는 “앞으로 지난 주말 같은 돌발 상황은 언제든 나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23일 공연계에 따르면 뮤지컬 ‘킹키부츠’ 출연진 중 한 명이 코로나 19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것으로 드러나 22·23일 공연이 취소됐다. 제작사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직후 전 배우·스태프의 자택 대기 조치를 취했으며 해당 출연자의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옴에 따라 25일부터 공연을 재개하기로 했다. 다만 공연장 내 밀집도를 분산하기 위해 30일까지는 잔여석에 대한 티켓 판매와 추가 예매를 중단한다.
접촉자가 속출하면서 캐스팅 변경과 조기 종연도 잇따랐다. 뮤지컬 ‘렌트’는 지난 22일 캐스팅 일정을 변경하고 이날 저녁 공연을 끝으로 종연했다. 킹키부츠에 출연하는 한 배우가 22일 렌트 무대에 서야 했지만, 킹키부츠 팀 전원이 자택 대기에 들어간 탓에 공연을 소화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택 대기 배우들이 늘어나는 데다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제작사는 예정보다 하루 빠른 22일을 마지막으로 공연을 끝내기로 했다. ‘브로드웨이 42번가’도 출연 배우와 접촉한 지인이 코로나 19 확진자의 접촉자로 확인되면서 주말 공연을 취소하고, 조기 종연했다.
이 밖에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과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블러디 사일런스: 류진 더 뱀파이어 헌터’, ‘개와 고양이의 시간’·‘루드윅’·‘썸씽로튼’·‘난설’, ‘광염소나타’ 등이 출연 배우의 확진자 접촉 및 안전상의 이유로 주말 일정을 취소했다.
이들 중 일부 작품은 코로나 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아 차주 일정을 재개했다. 그러나 ‘언제 또 공연이 멈춰 설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이젠 언제 (확진자나 접촉자 발생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돼 버렸다”며 “공연장과 제작사가 통제·관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지난 상반기 역대 최악의 매출로 신음한 업계로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당분간은 전체 공연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선택보다는 돌발 상황 발생 시 캐스팅이 변경이나 일부 일정 취소로 대응하면서 공연을 올리겠다는 게 다수 제작사의 입장이다.
한편 대규모 확진자가 나온 연극 ‘짬뽕&소’는 22일 관계자 41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코로나 19 검사 최종 결과 16명이 확진, 25명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