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과잉유동성 부작용 경계를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한국사회과학협의회장>

부동산·주식시장 버블 확대땐

불평등 심화·외환위기 가능성

코로나 장기화땐 재정건전성 위태

경제안정 초점 신중한 통화정책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성장률 둔화를 막기 위해 올해 3월부터 한국은행이 금리를 큰 폭으로 내리면서 시중 유동성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나타내는 본원통화는 지난 3~6월 증가율이 13.5%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에 비해 크게 높아졌으며 총통화(M2) 또한 지난해에 비해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과잉유동성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급격한 경기침체를 막고 기업과 가계에 유동성을 공급해 부실을 막는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개방경제하에서 경기의 경착륙은 자본유출을 불러와 외환위기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한국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늘리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과잉유동성의 부작용 또한 경계할 필요가 있다. 먼저 부동산이나 주가와 같은 자산가격 버블을 확대시킨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로 유동성이 크게 풀리면서 비록 소비자물가지수는 안정돼 있지만 돈의 가치는 대폭 하락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물인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주택가격이 급등하고 있으며 유동성 장세로 주가 버블도 생성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늘어난 과잉유동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정부의 조세정책이나 투기억제책으로 가격을 안정시키기는 어렵다. 높아진 부동산 가격은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켜 향후 우리 경제에 심각한 부담을 줄 것이 우려된다. 또한 금리가 다시 높아져 이러한 자산가격 버블이 붕괴될 경우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져 금융위기나 외환위기가 발생할 위험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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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부작용은 유동성을 풀어도 경기부양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 경기침체의 원인은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소비가 감소하고 세계적 경기침체와 국경폐쇄로 수출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데 있다. 주된 원인인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지 않는 한 유동성을 풀어도 경기를 부양하고 성장률을 높이기는 어렵다. 오히려 풀린 유동성이 소비와 투자로 가지 않고 투기자금으로 몰리거나 혹은 퇴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최근 5만원권 회수율이 크게 낮아지고 있는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정책당국은 코로나19와 경제 모두를 잡으려 하기보다 먼저 강력한 조치로 국내에서라도 코로나19 사태를 안정시켜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도록 해 내수를 부양시켜야 한다.

사용할 정책수단이 제약된다는 것도 문제다. 정책당국이 정책수단을 확보하고 있어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돼도 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가 아직 0.5%여서 금리를 추가적으로 인하할 여력이 있다. 그러나 금리를 인하할 경우 자산가격 버블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이러한 한국은행의 딜레마로 인해 정책당국은 재정정책 밖에는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는 정책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 코로나19 사태가 내년 이후까지 지속될 경우 한국 경제는 재정건전성 문제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13년 아베노믹스로 양적완화 정책을 사용하기 전까지 일본은행은 20년간의 경기침체와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본원통화를 비롯한 유동성을 크게 늘리지 않았다. 그 결과 부동산 가격은 안정됐으며 차후 확대통화 정책을 사용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질 수 있었다.

한번 늘어난 유동성을 줄이기는 어렵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생겨난 부의 불평등을 비롯한 과잉유동성의 부작용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될 경우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는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정책당국은 경기침체의 장기화에 대비하고 한국은행은 과잉유동성의 부작용을 경계해 신중한 통화정책으로 우리 경제를 안정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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