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올 장마 기간 홍수조절 기능이 있는 다목적댐이 제대로 운영됐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방류량을 갑자기 늘리는 바람에 홍수 피해가 커졌다는 비판이 제기된 섬진강댐·용담댐·합천댐이 대상이다. 부적절한 댐 운용이 드러날 경우 응당 책임을 물어야 하겠다. 우려스러운 점은 제방이 무너지며 하천수가 마을을 덮친 홍수의 원인이 전적으로 잘못된 댐 운영에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점이다. 4대강 사업 논란까지 확대·재생산돼 홍수피해 원인 분석이 자칫 거대담론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홍수 사태가 물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들여다볼 기회라고 조언한다. 현 정부 들어 물관리 일원화가 추진됐지만 긴 장마를 거치며 터진 막대한 피해에서 드러났듯 반쪽에 그친다. 국가·지방하천은 국토교통부, 소하천은 행정안전부로 소관 부처가 다르다. 댐·저수지 관리는 3개 부처가 갈라치고 있다. 시설 관리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뒤섞여 있다. 관련법도 하천법과 소하천정비법, 댐 건설 지원법, 전원개발촉진법, 농어촌정비법으로 흩어져 있다. 물 관리를 놓고 부처와 기관이 책임과 권한을 놓고 티격태격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구조다.
물난리 위험에 노출돼 있는 지류·지천 정비도 뒷전이다. 무너진 섬진강 제방(전북 남원)은 지난 1992년 보수 공사가 마지막이었다. 한 전문가는 “어느 지자체장이 표에 별 도움 안 되는 제방 관리에 돈을 쓰겠느냐”고 짚었다. ‘엮이기 싫다’는 일종의 4대강 트라우마도 지류·지천 정비를 터부시하게 만들었다. 물 난리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다.
물관리 체계의 부실이 미숙한 댐 운영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겠지만 거꾸로 시스템 문제가 수공을 희생양 삼아 묻히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된다. 위기 후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벌주기’보다 촘촘한 재발 방지 방안 마련이어야 한다. 아울러 대통령 직속 국가 물관리위원회의 존재 의미도 묻지 않을 수 없다. 물관리 위원 중 홍수 현장에 달려가 원인 분석과 대책을 놓고 씨름한다는 이를 눈 씻고 찾을 수가 없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