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 전형필(1906~1962)의 유족이 지난 5월 경매에 내놓았으나 유찰된 보물 불상 2점을 국립중앙박물관이 사들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4일 “케이옥션 경매에서 유찰됐던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과 보물 제285호 금동보살입상을 최근 예산으로 구매했다”고 밝혔다. 두 불상은 지난 5월 27일 케이옥션 경매에 각각 시작가 15억원에 나왔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박물관 측은 “경매 이후 6월 중순께 간송 측과 경매사가 구입 의사를 타진해 왔고, 박물관 규정에 따라 검토를 거쳐 지난달 말 자체 예산으로 구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박물관이 구매한 가격은 두 점을 합해 30억원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제강점기 사재를 털어 반출 위기의 우리 문화재를 사 모은 것으로 유명한 간송미술관 소장의 국가지정문화재가 공개적으로 경매에 나온 것은 처음이라 출품 당시 비상한 관심이 불상에 쏠렸다.
이들 불상은 1963년에 보물로 지정됐다.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은 높이 약 38㎝의 7세기 통일신라시대 불상이다. 출토지는 불분명하나 비슷한 시기 제작된 우리나라 금동불상으로는 드물게 크기가 크다. 보물 제285호 금동보살입상은 높이 약 19㎝로, 신라 지역인 거창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해지지만 유래가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다. 두 손으로 구슬을 잡고 있는 모습, 양쪽으로 뻗쳐진 옷 주름 등이 6세기 말이나 7세기 초 불상 특징을 보이며, 일본 호류지의 구세관음과도 비슷해 보인다.
경매에 ‘보물’을 내 놓은 것에 대해 간송미술문화재단은 “2013년 재단을 설립한 이후 대중적인 전시와 문화 사업들을 병행하면서 이전보다 많은 비용이 발생해 재정적인 압박이 커졌다”라며 “2018년 간송의 장남인 전성우 전 재단 이사장 별세로 추가로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 ‘비용’이 상속세로 해석되기도 했으나 국보·보물 등 지정문화재는 상속세가 비과세된다.
여론이 술렁였다. 일각에서는 경매에 나온 개인 소유 문화재를 국가 예산을 써서 사들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간송이 사재를 들여 지킨 보물을 국립중앙박물관 등 국가 기관이 사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제로 박물관 쪽으로 ‘경매에 나온 보물 불상을 매입하라’는 민원 형식의 전화가 빗발치기도 했다. 연간 문화재 구입 예산이 40억원에 불과한 국립중앙박물관이 직접 경매에 참여하는 것은 부담이 컸고, 민간 후원단체인 국립중앙박물관회가 구매해 기증하는 방식 등이 거론됐다. 경매 직전까지 박물관에 구매 의향을 전하며 ‘개별 거래’를 타진하기도 했으나 “민간 참가자도 존중해야 한다”는 판매자 측 의견에 따라 불발돼 경매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정작 경매에서 ‘유찰’돼 씁쓸함을 남겼으나 결국 박물관 소장품이 됐다.
박물관은 “국가지정문화재로서의 가치를 드높이기 위해 앞으로 과학적 조사와 학술적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며, 코로나19로 잠정 휴관 중인 박물관이 재개관하는 시점에 맞추어 상설전시실에서 전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