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은행권의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오는 9월까지 한시적으로 연장됐던 코로나19 관련 대출 만기가 6개월 추가 연장되면 은행권 손실 가능 규모는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조 단위의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이달 현재 코로나 대출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1조2,0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현재까지 만기 연장금액은 35조1,000억원으로, 대출 원금을 나눠 갚고 있던 기업의 ‘분할 납부액’ 4조원과 이자 308억원 등도 하반기까지 유예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여러 형태로 납기가 연장된 대출과 이자 총액이 총 39조1,000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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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출 연장·이자 유예 39조원 연장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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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금융권과 금융당국은 이렇게 미뤄둔 대출과 이자의 9월 말 이후 처리 방법을 놓고 논의 중인데 금융당국은 ‘재연장·유예’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 등 금융협회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9월 재연장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 후 은 위원장은 “대체로 대출 원금과 이자 연장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좀 더 의견수렴을 해서 가급적 이달 안에 (재연장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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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유예 익스포저 1조2,000억원..대규모 손실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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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은 이자유예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자유예 자체는 수백억원에 불과하지만 대출 금리를 평균 2.5%로 본다면 역산으로 추정한 익스포저 규모가 1조2,00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런 탓에 은행권은 이자만이라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자마저 갚을 능력이 없다면 사실상 버티기 어려운 한계기업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당국 조치안을 그대로 따를 경우 만기연장이 끝난 내년 초 은행권 부실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코로나 대출 익스포저와 함께 기존 4조원의 분할납입 유예분까지 더하면 총 5조2,000억원 정도가 ‘요주의 여신’으로 볼 수 있다. 자산 건전성 분류 기준상 요주의 여신은 차주의 채무상환능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인 요인이 존재하는 자산을 말한다. 연체기간으로는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 연체대출금이 있는 거래처가 해당된다. 이들 전부에 부실이 발생할 경우 평균 담보율 80%를 감안해도 1조원 내외의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미 코로나19 여파로 은행권의 요주의 여신은 증가세다. 상반기에만 5조원을 넘어섰다. 물론 요주의 이하 여신에 대해 충당금을 충분히 쌓았을 경우 충당금 급증을 피할 수 있지만 이미 상반기 요주의 여신의 손실 예상 규모도 1조원을 상회한다.
은행권이 상반기 대손충당금을 포함한 신용손실충당금 적립액을 지난해 같은 기간(3,426억원)보다 대폭 늘린 1조2,012억원으로 증액시킨 데는 이처럼 건전성 관리의 위기감이 작용했다. 당연히 대폭 늘린 대손충당금은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상반기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1조5,000억원(약 17%) 감소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 재확산 속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만기 추가 연장은 불가피하고, 대손충당금도 추가로 쌓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면서도 “이자유예 연장으로 한계기업의 이상 신호를 잡아낼 수 없는 ‘깜깜이’ 상황이 수익감소보다 더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