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중립 선언' 차녀 가세땐 승계분쟁 격랑

■ '형제의 난' 확전일로

조양래 회장 "난 건강" 밝혔지만

조현식 "명확한 판단 받는것 필요"

누나·국민연금 지분 더하면 5%P차

대화 여지 남겨 극적타결 가능성도




“난 건강하다. 차남 조현범 사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준 것은 오래전부터 생각한 일이다.”(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000240) 회장)

“차남 승계는 사실과 다른 정보에 근거한 것이다. 아버지가 자발적으로 결정한 것인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의 입장 표명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승계 문제가 결국 경영권 분쟁으로 치닫게 됐다.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이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법원에 청구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에 “가족의 일원으로 참여하겠다”고 가세했기 때문이다. 조 부회장은 “회장님의 건강 상태에 대해 주변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그에 따라 그룹의 장래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는 상황”이라며 “회장님 본인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주 및 임직원 등의 이익을 위해서도 객관적이고 명확한 판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직접 자신이 건강하다고 밝혔지만 장녀와 장남이 법원에 아버지의 건강 상태를 확인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조 이사장은 지난달 30일 아버지의 건강 상태를 확인해달라며 법원에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성년후견 제도’는 질병이나 장애·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결여된 성인에게 후견인을 지정해주는 제도다. 핵심 내용은 조 회장이 넷째인 차남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에게 본인의 지분을 모두 매각한 것이 제대로 된 판단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동안 경영권 분쟁에서 침묵을 지켜왔던 장남 조 부회장이 부친의 결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글로벌 7위 타이어기업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를 주축으로 하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장기간 경영권 분쟁의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성년후견 심판은 통상 1심만 1년 이상 걸린다. 경영권 분쟁 특성상 1심에서 끝나지 않을 확률이 높아 전체 절차는 2~3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 본인이 “매주 친구들과 골프를 즐기고 개인 트레이닝뿐 아니라 하루에 4~5㎞ 이상씩 걷기운동을 한다”고 적극적으로 건강 상태를 밝힌 만큼 양측의 주장이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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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법원에서 성년후견이 받아들여지면 조 회장이 차남에게 주식을 매도한 행위의 효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성년후견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다는 건 그분의 의사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고, 그러면 그 무렵에 이뤄진 주식 매매행위도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주식 매매거래를 무효로 하기 위해선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며 해당 민사소송에서 법원의 성년후견 결정이 굉장히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회장의 건강에 대한 판단과 별개로 물밑에서의 자녀 간 분쟁도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은 현재 조현범 사장이 42.9%를 보유하고 있다. 조현식 부회장은 19.32%, 차녀 조희원씨 10.82%, 조희경 이사장 0.83%다. 조희원씨는 사태 초기에 중립을 선언했지만 조 부회장과 워낙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조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세 자녀가 연합하면 지분율은 30.97%에 달한다. 여기에 6.24%를 보유한 국민연금까지 세 자녀의 손을 들어주면 37.21%로 5%포인트 안팎으로 차이가 줄어든다. 조 사장은 배임수재 및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2심 재판을 받고 있어 재판 결과가 국민연금을 비롯한 소액주주들의 입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조 부회장이 가족 간 대화의 가능성도 열어놓은 만큼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도 있다. 조 회장은 입장문 말미에 “향후 가족 간의 대화를 통해 현재의 상황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조 부회장이 부친인 조 회장의 결정에 반기를 든 만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이 아니면 쉽게 타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조 부회장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원 관계자는 “조 부회장이 아버님 뜻에 따르겠다는 입장은 아니라는 것을 1차적으로 밝힌 것”이라며 “상황 추이에 따라 필요하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주식시장에서 전날보다 가격제한폭(29.89%, 4,050원)까지 급등한 1만7,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박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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