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다음달 22일(현지시간)에 개최하는 ‘배터리 데이’에서 실리콘 음극재 기술을 공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실리콘 음극재가 배터리 업계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가 ‘2020년 연례 주주총회 및 배터리 데이’ 안내 홈페이지 배경으로 쓴 검은색 이미지가 ‘나노와이어’ 구조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음극재를 3D 형태인 나노와이어 구조로 설계하면 부피가 팽창해도 충격을 흡수해 배터리 성능을 혁신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그동안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해 양극재 개발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양극재의 니켈 비중을 늘려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기술이 한계에 이르자 최근 음극재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기존 음극재에 쓰이는 흑연 대신 실리콘을 활용하면 배터리 용량을 늘리면서 전기차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충전속도 또한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실리콘 비중이 너무 높아지면 부풀거나 커질 가능성도 커져 현재는 실리콘 비중을 5%대로 유지하고 있다.
LG화학(051910)은 흑연에 실리콘을 혼합한 음극재를 일부 프리미엄 전기차 모델용 배터리에 적용 중이고 앞으로 적용 범위를 늘리기로 했다.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석유화학사업 부문에서 개발한 탄소나노튜브(CNT)를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CNT는 배터리에서 전기 및 전자의 흐름을 도와 전도도를 높이는 ‘도전재’로 쓰인다. 업계에서는 CNT가 음극재에서 실리콘의 부피 팽창을 잡아주는 보완재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삼성SDI(006400)는 ‘실리콘 카본 나노복합소재(SCN)’라는 독자 기술을 음극재에 적용했다. 실리콘을 나노 단위로 쪼갠 뒤 흑연과 혼합해 팽창 부작용을 해소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초격차 기술인 SCN 기술이 600㎞ 이상 주행 가능한 차세대 배터리 양산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실리콘을 첨가해 기존 흑연 음극재 대비 에너지 밀도가 4배 높은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번 충전에 700㎞를 주행하고 10분 충전으로 300㎞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하이투자증권은 글로벌 실리콘 음극재 시장 규모가 올해 133억원에서 2025년 약 5조5,000억원 수준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실리콘 음극재의 비중이 점차 높아질 것에 대비해 흑연 음극재를 생산하는 업체들도 실리콘 음극재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