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기자가 현직 검사장과 공모해 정권 유력인사의 비리를 제보하라 협박했다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첫 재판에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등 피고인들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전 기자 측은 협박 피해를 당했다 주장하는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의 대리인 지모씨를 증인으로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박진환 부장판사)는 26일 이 전 기자와 백모(30)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번 재판은 공판준비기일 없이 바로 공판으로 직행했다. 이 전 기자는 신라젠의 대주주였던 이철 전 대표에게 5번에 걸쳐 편지를 보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제보하라고 협박했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편지를 보내며 검찰 고위층과 연결돼 있으니 유 이사장에 대한 비위 정보를 진술하지 않으면 이 전 대표의 가족에 대한 수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로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재판엔 수사팀장인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직접 나왔다. 검찰은 이 전 기자와 백 기자가 지씨를 만난 자리에서 한동훈 검사장과의 긴밀한 연결을 강조하면서 녹취록을 제시하며 비위 정보를 넘기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전 기자가 후배 기자에게 한 검사장이 ‘내가 다리 놔줄게, 나보다 범정이 하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는 주장도 재확인했다. 정 부장은 “이 부분은 핵심적으로 이 전 기자가 한 것”이라며 “(한 검사장과) 공모에 의해 이뤄진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이 전 기자의 변호인인 주진우 변호사는 “공익목적으로 취재한 것이고 유 이사장 등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이 신라젠에서 강연한 것과 관련한 의혹보도를 따라가는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주 변호사는 “신라젠 수사팀이 결성됐기 때문에 추가 수사가 이뤄지고 범죄수익 환수가 이뤄지리라는 점 등을 예상할 수 있었다”며 “이 전 기자가 수사팀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예상되는 상황을 언급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제보해주면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을 뿐 제보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어떠한지 말한 적 없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또 이 전 대표가 수감 중이라 검찰에서 주장하는 협박이 지씨와 이모 변호사를 통해 전달됐기 때문에 와전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씨와 두 번째 만남에서부터 MBC가 이른바 몰래카메라 취재를 하고 있었다며 그 시점부터 굳이 협박 내용을 이 전 대표에게 전달할 필요성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백 기자의 변호인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당시 막내 기자로서 지시에 따라 일한 적은 있지만 그게 전부라며 협박해서 비위 정보를 진술하라 한 적은 없다는 주장이다.
이 전 기자 측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 중 이 전 대표와 지씨 등의 진술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들의 증인신문이 이뤄질 전망이다. 주 변호사도 공판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지씨를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