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여전히 고통, '완치자'는 없다" 20대 코로나 생존자의 증언 [영상]

"증상 없었다가 별안간 사경 헤매"

"저승사자와 열 번 하이파이브"

무기력·우울증까지 힘든 시간

"'완치자'란 단어 동의 못해"

20대 확진자가 겪은 일들

지난 4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2개월만에 퇴원한 대학생 이정환 씨가 서울경제썸과 화상으로 인터뷰하고 있다. / 강신우 기자지난 4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2개월만에 퇴원한 대학생 이정환 씨가 서울경제썸과 화상으로 인터뷰하고 있다. / 강신우 기자




"퇴원하고 극도로 많이 불안했습니다. 재감염될까 무서워 한동안 외부 출입도 안 했고요, 박현 교수님(부산 47번 환자)처럼 '브레인 포그(brain fog·뇌 안개)'가 일어날까봐 가장 두렵습니다."


지난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두 달 가까이 병원 생활을 하다 퇴원한 뒤 조심스럽게 일상 복귀를 준비하고 있던 26살 대학생 이정환 씨. 그는 21일 서울경제썸과의 화상 통화에서 차분하지만 강한 어조로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세에 대해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 코로나19 증상에 치료제 부작용까지...고통 속의 치료

자신의 이름을 건 유튜브 채널에 상세한 투병기를 업로드해 알려지기도 한 이 씨는 올해 초만 해도 정치외교학을 전공하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지난 1월 그가 교환학생 신분으로 건너갔던 터키 이스탄불은 3월 말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없었다.

이 씨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생활을 보내다 4월께 유럽발 팬데믹이 확산하면서 터키에도 '봉쇄령' 소문이 돌자 급히 귀국길에 올랐다. 인천국제공항에서 검역을 받을 때도 별 증상이 없어 따로 준비된 관용차를 타고 집으로 귀가했다.

"아무 증상이 없었어서 당연히 음성인 줄 알았는데 양성이더라고요. 이후 태릉에 위치한 서울시 무증상자 센터에서 격리됐고요. 바로 다음날 점심 때부터 몸이 으슬으슬하더니 저녁엔 체온이 39도를 찍었습니다."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던 이정환 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투병기를 올려왔다. / 출처=도전하는복학생 이정환TV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던 이정환 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투병기를 올려왔다. / 출처=도전하는복학생 이정환TV


병실로 옮겨진 이 씨는 이후 사경을 헤맸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날들을 견뎌야 했다. 그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증상과 함께 당시 치료제로 복용했던 '칼레트라(에이즈 치료제)'의 부작용이 한꺼번에 자신을 덮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극도의 고통을 느꼈다.

정신적인 고통 역시 만만치 않았지만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자신은 "신체적인 고통이 압도적으로 더 심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이 씨는 설명했다.

◆ "저승사자와 열 번 하이파이브...이후 무기력·우울과 싸워


"그를 몰아세웠던 증상은 기침과 고열, 근육통과 구토, 설사, 미각 상실 등이다. 투병 초반에는 잠을 하루에 1시간도 못잤을 정도로 힘들었다. 치료제 부작용으로 밥 먹을 때마다 구역질과 구토가 났고 물을 마시면 흡수된다는 느낌도 없이 곧장 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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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을 하도 했더니 목이 쉬었고 가슴 통증도 이어졌다. 이 씨는 자신의 투병기를 담은 영상에서 "저승사자와 열 번은 하이파이브한 느낌"이라고 묘사했다.

"제가 코로나를 이겨내는 데 모든 에너지를 써가지고 번아웃 상태 또는 무기력증 상태가 한 번 왔었습니다. 그래도 독서와 운동 등을 하면서 버텼지만 두번째로 난생 처음 우울감을 크게 느낀 적이 있습니다. 보통 퇴원 일시가 30일 전후라고 들었는데 저는 입원 33일차에도 검사 10번 내내 '양성'이었거든요. 그때 제 마음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었고 퇴원할 수 있을까 무척 괴로웠습니다."

입원 57일만에 가까스로 퇴원한 이 씨는 가족과 떨어진 시골로 가 자신을 외부와 격리시켰다. 다시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무서웠기도 했다. 요즘은 차츰 두려움에서 벗어나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면서 조심스럽게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만나며 일상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오는 9월 다니던 대학교에 복학한다.

◆ "'완치자'란 표현엔 동의 못해" 남은 고통 그리고...

"일상 생활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는 상태입니다. (누군가는) 폐 기능이 약화된다는 코로나19 후유증을 말하기도 했는데 저는 그런 증상은 전혀 없어요. 평소에 유산소 운동이나 폐활량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아서 못느낀 것일 수 있지만 아직 폐 기능쪽 어려움을 겪진 않았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이자 회복자, 생존자인 이정환 씨가 서울경제썸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코로나19 확진자이자 회복자, 생존자인 이정환 씨가 서울경제썸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대신 그는 현재 피부과를 다니며 탈모를 치료하고 있다. 입원 한 달 정도 됐을 때 머리카락이 급격히 많이 빠지기 시작했었는데, 멈출 줄 알았지만 퇴원한 뒤에도 탈모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진료받았던 감염내과에서는 코로나19 때문이라기보다 스트레스성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곤 하지만 이 씨는 코로나19의 후유증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

가장 두려운 것은 부산 47번 환자인 박현 부산대학교 기계공학과 겸임교수가 자신의 SNS에서 호소했던 '브레인 포그'라는 후유증이다. 박 교수는 퇴원한 지 170일이 지났지만 가슴 통증과 위장 통증, 만성 피로와 더불어 머리가 멍한 상태인 '브레인 포그' 후유증에 고통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씨는 "지금처럼 멀쩡히 잘 지내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후유증이 심해질까봐 걱정"이라며 "제발 별 탈 없이 지금처럼 건강하게 잘 지나가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길고 긴 코로나19 투병 끝에 조심스럽게 일상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이정환 씨는 이번 서울경제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확진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또한 사랑제일교회 신도 등 지난 8.15 광화문 집회 참석자 중 국가 방역망을 뒤흔들고 있는 이들에 대해서도 분노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해보자.

/ 기획, 취재=권준구 인턴기자
/ 기획, 영상제작=강신우 기자 seen@sedaily.com

/강신우 seen@sedaily.com

강신우·권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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