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반도를 강타한 제8호 태풍 ‘바비’의 이동경로는 지난해 제13호 태풍 ‘링링’과 지난 2012년 제15호 태풍 ‘볼라벤’과 유사하다. 다만 바비는 링링이나 볼라벤에 비해 중심기압이 낮고 풍속이 더 강해 위력 면에서 역대 1위 태풍인 ‘매미’와 직접적으로 비교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최대 풍속과 최대 순간풍속 모두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태풍은 매미다. 매미는 2003년 9월12일 제주도에서 최대 순간풍속 초속 60m, 최대 풍속 초속 51.1m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날 기상청은 “우리나라 서해상을 경유한 태풍 중 바비는 ‘역대급’ 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필리핀 근해에서 발생하는 열대성저기압을 지칭하는 태풍은 중심기압인 최저 해면기압으로 강도를 산정한다. 최저 해면기압이 낮을수록 태풍의 강도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앞서 매미가 954hPa의 최저 해면기압을 기록한 반면 바비의 최저 해면기압은 그보다 낮은 945hPa을 기록했다.
당시 태풍 매미는 사상자 130명과 함께 수천여채의 가옥을 파괴하고 수십개의 도로를 무너뜨리며 총 4조2,225억원의 재산피해를 낳았다. 특히 매미는 부산항에 설치된 80m 높이의 골리앗 크레인을 쓰러뜨리기도 했다. 다만 최저 해면기압이 낮다고 무조건 피해가 큰 것은 아니다. 2002년 제15호 태풍 루사의 경우 962hPa의 최저 해면기압이었지만 246명의 인명피해와 5조1,479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다만 바비는 지난해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링링과 비슷한 경로를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 1위 강도를 기록한 매미가 남해상을 경유해 영남 쪽으로 이동한 반면 바비는 이날 오후 서해상을 거쳐 다음날인 27일 오전 북한 황해도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된다. 편서풍과 무역풍 등의 영향으로 우리나라가 태풍의 위험반원인 우측에 위치하는 탓에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아도 매미보다 더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