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앱 마켓 수수료 정책이 모바일 생태계 전체의 혁신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학계에서 나왔다. 앱 사업자와 소비자 양쪽을 연결하는 플랫폼인 앱 마켓이 독점력을 행사하면 시장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결국 산업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회장 최세정)는 27일 세미나를 열고 최근 불거진 구글의 플레이스토어 ‘인앱결제(앱 내부 결제)’ 정책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구글은 앱 사업자들에게 자사 결제 시스템을 경유하는 인앱 결제만을 결제수단으로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국내에도 적용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불렀다. 기존 게임 앱에만 적용되던 인앱결제가 모바일 콘텐츠 전체로 확대되면, 인앱결제 요율인 30%로 수수료가 인상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이미 모든 앱 사업자들에게 30% 수수료를 받고 있다.
김정환 부경대 교수가 국내 콘텐츠·게임업체 12곳과 인터뷰한 결과, 실제로 사업자들은 구글 정책에 따른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었다. 김 교수는 “구글의 정책 변경으로 국내 사업자와 소비자의 부담은 증가하고 후생은 계속 감소하면서 생태계 내 부익부 빈익빈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매출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글로벌 사업자와의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정윤혁 고려대 교수는 소비자들이 앱 마켓의 수수료 정책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 교수가 조사한 인앱결제 경험자 508명은 월평균 2만839원을 게임, 동영상·음원 스트리밍 등 앱 결제에 소비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소비자들은 앱 마켓 수수료가 30%이며, 웹에서 동일 콘텐츠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 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론에 나선 문성배 국민대 교수는 “앱스토어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다면시장이면서도 앱 소비자나 개발자 모두에게 대체제가 존재하지 않는 형태이고, 그럼에도 미리 콘텐츠 가격을 비교해 선택할 수 없다”며 “수수료 인상으로 입점을 포기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지배력이 상당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글로벌 사업자인 구글이나 애플이 앱 마켓을 통해 얻는 게 혁신을 위한 인센티브인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개발자 유인을 저해하는 독점적인 지배인지 냉철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글과 애플은 안드로이드와 iOS로 양분된 스마트폰 OS(운영체제) 각 환경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수료 수준과 별개로 자사 시스템만을 결제수단으로 허용하는 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모바일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모바일 콘텐츠 매출의 절반 가량(45.3%)이 인앱결제에서 나왔고, 마켓별 매출에서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87.8%에 달했다.
산업계와 학계의 문제제기가 잇따르면서 정부 당국도 사태 파악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실태조사를 실시하기 위해 시행령 마련에 돌입했고,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현행법 위반 및 시정조치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실제 수수료 정책이 효력을 발휘하면 조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