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한다. 식당·카페 등 중위험시설의 영업을 전면 중단시켜야 하는 3단계에 앞선 ‘거리두기 2.5단계’다. 프랜차이즈 카페의 매장과 헬스장·학원·독서실 등의 이용이 금지되며 음식점 역시 밤9시부터 다음날 새벽5시까지 포장·배달만 가능하다.
2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수도권 방역조치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젊은 층이 이용하는 음식점·카페·실내체육시설, 아동과 학생이 이용하는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치명률이 높은 고연령층이 이용하는 요양병원·요양시설이 대상이다.
수도권 내 모든 프랜차이즈 카페는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매장 내 음식·음료 섭취가 금지된다. 음료 등을 포장해 갈 때도 핵심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제과점도 밤9시부터 다음날 새벽5시까지 매장 이용이 불가능하다. 헬스장·당구장·골프연습장 등 실내체육시설 이용 역시 금지되며 독서실·스터디카페·학원은 오는 31일부터 비대면수업만 허용된다.
이번 조치로 수도권의 38만여개 음식점과 제과점, 6만3,000여개 학원, 2만8,000여개 실내체육시설이 영향을 받는다. 정부는 수도권에서 일일 환자 수가 열흘 넘게 200명 넘게 발생하고 있는데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상향에도 충분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거리두기 강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상향 조정은 서민경제에 큰 피해를 줄 수 있고 생활방역위원회 등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에서도 신중한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도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해 병상 확보 현황 등을 보고받은 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은 조금 더 신중하게 검토하고 판단할 문제”라며 “대신 중증환자는 최우선으로 병상으로 이송해 제대로 치료받을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돌아가시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71명이 발생했다. 수도권의 누적 확진자는 7,200명으로 국내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처음으로 대구를 넘어섰다.
정부가 수도권에서 프랜차이즈형 카페의 매장 이용 금지, 오후9시부터 음식점 이용 불가와 같은 초강경 격리 대책을 내놓은 배경에는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 8일간이라도 3단계에 준하는 조치를 통해 ‘무증상 전파’가 가능한 젊은 층의 외부활동을 최소화하고 고연령층과 아동의 집단감염을 차단해 코로나19의 폭발적인 전파를 막겠다는 의도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30일 강화된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를 발표하며 “확산세를 진정시키지 못하면 상상하고 싶지 않은 현실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대목에서 코로나19 확산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거리두기 2단계를 유지하되 카페·음식점 등의 시설을 대상으로 한 추가 방역조치는 30일 0시부터 다음달 6일 자정까지 시행된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매장 내 취식 불가
다만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는 매장 내 이용이 가능하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법률·행정적으로 업소의 다양한 분류가 가능해 포괄적으로 행정명령을 내리면 많은 영업장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며 “방역적으로 관심을 갖는 부분은 다수가 밀집해 장시간 머물며 비말(침방울) 전파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일반음식점과 휴게음식점·주점·제과점 역시 오후9시부터 다음날 오전5시까지는 포장·배달만 가능하다. 카페와 마찬가지로 핵심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독서실·헬스장 중단…10인 이상 학원은 비대면 수업만
헬스장과 당구장·골프연습장 등 실내체육시설은 운영이 중단된다. 이는 최근 강원 원주시 체조교실, 광주 탁구클럽 등 실내체육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아울러 젊은 층을 중심으로 국민의 외부활동을 최소화해 감염 전파를 차단하겠다는 목적도 있다. 최근 1주간 전체 확진자 중 20~40대의 비율이 38.5%를 차지하는 등 젊은 층의 확진자 발생이 늘고 있는데다 이들의 경우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증상이 없더라도 활동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 전파가 가능한 만큼 활동 자체를 제한하게 됐다.
요양시설 면회 금지…고령층 외부접촉 최소화
박 차장은 “이번 배수진을 통해 수도권 확산세를 잡지 못하면 우리는 3단계 거리두기라는 마지막 수단밖에 남지 않는다”며 “앞으로 8일이 전국적인 대규모 확산을 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당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서는 코로나19 위험시설뿐 아니라 대부분의 시설 운영이 중단된다. 서울시에서 10인 이상의 집회만 금지했던 것과 달리 3단계는 10인 이상의 집합·모임·행사가 모두 금지된다. 사실상 모든 사회경제활동이 얼어붙는 셈이다. 박 차장은 “3단계 거리두기는 이번 조치보다 훨씬 광범위한 시설과 영업장에 제한을 가는 조치로서, 서민경제와 일상생활에 크나큰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주 신규 확진자 네자릿수로 늘어나나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지금 유행상황을 바로 통제하지 않으면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해 의료 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발생한 신규 확진자는 371명으로 국내 지역 발생은 359명, 해외 유입 발생은 12명이다.
이날 서울 노원구 빛가온교회와 관련해 누적 확진자 21명이 발생했다. 서울시와 방대본은 정례 브리핑에서 이 교회 관련 확진자가 17명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4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노원구는 “지난 16∼18일 예배를 본 교인은 오늘 중으로 검사를 받으라”고 이날 공지했다.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에서 발생한 집단감염도 곳곳에서 추가 전파를 일으키고 있다. 이날 정오 기준 사랑제일교회 관련 19명의 추가 확진자가 확인돼 누적 확진자가 978명으로 증가했다. 광화문 집회에서도 하루 새 확진자가 21명 늘어 294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서울 관악구 소재 업체인 무한구룹 관련 사례에서는 전날보다 확진자가 10명 더 늘어 총 66명이 됐으며 서울 구로구 아파트와 금천구 ‘비비팜’ 등에서도 현재까지 총 33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부산 연제구 일가족 관련 16명 확진 사례는 지표 환자와 경남 김해시 단체여행(10명)의 지표환자, 울산에서 발생한 확진자 등의 역학적 관련성이 확인됐다고 방대본은 전했다
확진자가 급증하고 이 중 일부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수도권의 중증환자용 병상은 25개만 남은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전날 정오 기준 수도권의 중증환자 병상 329개 중 25개가 비어 있다. 지역별로는 서울 21개, 인천·경기 각각 2개다. 이 가운데 인력과 장비 등 의료자원이 완비돼 확진자가 즉시 입원 가능한 병상은 전체 11개에 불과한 것으로 보건당국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