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과 같은 이전지출을 1조원 지급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는 평균적으로 2,000억원에 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더라도 정부가 직접 소비하거나 투자하는 것에 비해 재정을 투입한 만큼 GDP 증가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한국은행은 최근 경제상황 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거시계량모형(BOK20)’을 구축해 거시경제 변수를 다시 추정했다고 밝혔다. 거시계량모형은 한은 경제전망과 정책분석 등에 활용된다. 거시경제 전망 방식을 재산출한 결과 1차연도 기준으로 정부소비, 정부투자, 이전지출에 대한 재정승수는 각각 0.85, 0.64, 0.20으로 추산됐다. 이는 2000년부터 2019년 1·4분기까지 평균치다.
재정승수는 정부 지출과 GDP 증가 규모의 상관관계를 따지는 지표로 승수가 1이면 재정을 투입한 만큼 GDP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정부소비, 정부투자, 이전지출에 각각 1조원씩 투입했을 때 실질 GDP가 8,500억원, 6,400억원, 2,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총수요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정부소비와 정부투자와 달리 긴급재난지원금과 같은 정부 이전지출은 가처분소득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승수가 작은 편이다.
감세 효과는 재정지출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세, 소비세, 소득세를 각각 1조원씩 줄였을 때 실질 GDP는 1차연도 기준으로 3,000억원, 2,400억원, 2,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기준금리를 조정할 경우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은 각각 4분기 이후 가장 크게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콜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경우 1차연도 GDP는 0.06%, 소비자물가는 0.03%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3년 평균(누적 효과)으로는 각각 0.07%, 0.04% 상승하는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BOK20 모형 구축으로 거시변수의 탄성치를 재추정해 현실성 있는 거시경제 분석 기반을 마련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며 “재정승수가 1보다 작더라도 지금처럼 민간 소비 및 투자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는 성장제고 효과가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