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호 태풍 바비가 소멸된지 하루 만에 발생한 제9호 태풍 ‘마이삭(MAYSAK)’이 일본 인근 해상까지 접근했다. 마이삭은 오는 3일 초속 40m 이상의 강풍과 함께 부산, 울산 등 영남권 도시를 관통할 전망이다. 최저 중심기압이 매미의 순간최대풍속 기록을 깬 바비(945hPa)보다 낮아져 또 한번 역대 기록이 경신될 가능성이 나와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31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3시 필리핀 마닐라 동북동쪽 약 1,040㎞ 떨어진 태평양 해상에서 발생한 마이삭은 이날 오후 15시 기준 일본 오키나와 남쪽 약 270㎞ 부근 해상에서 시속 37㎞의 속도로 북북서진 중이다. 태풍의 중심기압은 950hPa, 강풍반경은 380㎞, 최대풍속은 강한 수준인 초속 43m다.
마이삭은 2일 저녁 제주도 동쪽 해상을 경유해 3일 새벽 경상 해안 부근을 지나 아침에 동해상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부산, 울산, 경주 등 영남지역 도시들을 관통할 것으로 전망된다. 태풍은 3일 오전 강원도 동해안으로 빠져나간 뒤 4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육상에 상륙해 소멸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삭은 30℃ 안팎의 고수온해역을 느리게 지나면서 많은 양의 수증기를 공급받고 중심기압 935hPa, 초속 49m의 ‘매우 강’의 강도로 발달했다가 제주도 동쪽해상으로 진입 시 940hPa 안팎의 매우 강한 강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 상륙한 즈음 예상되는 중심풍속은 초속 40m 안팎이다. 바람의 세기가 초속 40m가 넘으면 달리는 차도 뒤집는 수준이다. 태풍 강도는 태풍 중심 최대풍속을 기준으로 ‘중’(초속 25~33m), ‘강’(초속 33~44m), ‘매우 강’(초속 44~54m), ‘초강력’(초속 54m)으로 나뉜다.
태풍의 영향으로 전국 곳곳에 강풍과 집중호우가 동반될 것으로 예보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중심과 가까운 제주도와 동쪽 지방이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상남도와 동해안, 강원영동, 제주도를 중심으로 100~300mm의 비가 오겠고, 일부 지역은 400mm 이상의 매우 많은 비가 내린다. 서울·경기와 경북·충북·강원영서에서는 100~200mm의 비가 예보된다. 또 제주도와 남부지방, 강원영동 등에 최대순간풍속 초속 20~40m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겠고, 제주도와 경상해안을 중심으로는 초속 30~50m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 전망이다.
다만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의 진로에 영향을 주는 주변 바람이 약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이동경로가 매우 유동적”이라며 “태풍이 상륙을 하지 않고 해상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으니, 최신의 태풍정보와 기상정보를 참고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기상청은 태풍 바비가 통과할 당시 통신 두절로 인해 자료 수집이 중단됐던 가거도 자동기상관측장비(AWS)를 복구한 결과 바비의 최대순간풍속 공식 기록이 초속 66.1m라고 밝혔다. 이는 태풍 ‘매미’의 초속 60m(제주)를 넘어서는 기록이다. 앞서 기상청은 바비가 역대 최고 수준의 강풍을 동반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피해는 제주도와 서해안 지역 등으로 제한적이었다. 바비가 제주에서 서해상으로 북상하는 과정에서 한반도와의 간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