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올해 국내 전력판매량이 외환위기 때만큼 급감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1일 한국전력 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연간 전력판매량은 경제성장률 시나리오에 따라 작년과 비교해 최저 -3.3%에서 최고 -1.8%의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3.3%의 판매량 감소치는 1998년 외환위기(-3.6%) 수준이다. 한전이 1961년 관련 통계를 처음 작성한 이래 연간 전력판매량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외환위기 때와 경기가 둔화한 2019년(-1.1%) 단 두 번뿐이었다.
연구원은 47개 기관의 전망치를 참고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0.5%, -1.5%, -3.0% 등 세 가지 시나리오로 설정하고 그에 따른 전력판매량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연간 전력판매량의 전년 동기 대비 변화는 각각 -1.8%, -2.4%, -3.3%로 예상됐다.
올해 1분기 전력판매량은 1년 전보다 1.8% 줄었고, 2분기엔 4.2% 하락해 감소 폭이 더욱 커졌다.
연구원은 경제성장률이 -0.5%일 경우 전력판매량이 3분기 -1.4%, 4분기 0.1%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성장률이 -1.5%일 때도 전력판매량이 3분기 -2.5%, 4분기 -1.3%로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이 -3.0%일 때는 전력판매량이 3분기 -4.1%, 4분기 -3.3%로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가며 회복이 더딜 것으로 내다봤다.
용도별로 보면 코로나19 영향으로 재택근무가 확산함에 따라 주택용 전력판매량이 4.0∼4.6%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경제침체로 인해 일반용 전력판매량이 -3.1∼-1.2%, 산업용 전력판매량이 -5.1∼-3.0%로 각각 역성장하면서 전체적으로 위축될 전망이다.
연구원은 올해 전력 판매수익이 경제성장률에 따라 55조5천억∼56조1천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작년 판매수익 56조6천억원보다 0.8∼1.9% 줄어든 규모다.
연구원은 “주택용 판매 증가에 따른 누진 단계 상승과 최대부하 시간대 사용 비율 증가분을 반영해 전력 판매단가가 지난해(kWh당 108.66원)보다 1.0∼1.6% 오른다고 보고 계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력판매량과 판매수익 감소는 한전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저유가 기조 속에 구매 비용 등을 절감하면 수익성 방어가 가능하다.
실제 한전은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여파로 전력판매량이 2.9% 줄어 판매수익이 2천억원 감소했지만, 국제 연료 가격 하락으로 발전 자회사들의 연료비와 전력 구매비를 2조6천억원 아낀 덕에 흑자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