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총리실

강온 양면전술 펴는 정부...의사파업 출구 찾을까

정세균 국무총리가 1일 공공의대 설립과 의사정원 확대 등을 놓고 정부와 의사들이 최악의 갈등을 겪는 가운데 강온 양면전술로 의료계를 압박했다.

정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10명의 전공의가 고발돼 있는 상태인데 정부는 단 1명의 의료인도 처벌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의사들의 파업중단 결단 시점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압박했다. 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와중에 의료계가 진단을 거부하면서 국민들이 겪는 불편과 고통이 매우 크다”며 “정부가 그동안 진정성을 갖고 폭넓게 소통해왔음에도 아직 집단행동이 지속되는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다만 의료진의 정책철회 요구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 장관 소관”이라며 “문제점을 없던 것으로 할 수는 없다”고 말해 우회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1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특별시의사회관에서 열린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 박지현(왼쪽)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호재기자1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특별시의사회관에서 열린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 박지현(왼쪽)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정부가 무기한 집단휴진을 이어가고 있는 전공의들을 향해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집단적인 진료 거부까지 강행할 만큼 중요하고 시급한 것인지 재고해달라”며 진료 현장 복귀를 촉구했다. 반면 전공의들은 전임의·의대생들과도 힘을 합치며 비상대책기구를 만들고 “정부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며 맞섰다.

전공의들이 파업에 나선 지 12일째인 1일 양측의 평행선은 좁혀지지 않은 채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다. 다만 양측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여론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사태해결을 위한 물밑 대화는 이어갈 방침이다. 특히 전날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도 나서 “의사들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히면서 정부와 의료계의 꼬인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1일 전국전임의비상대책위원회(전임의비대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와 함께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정부에 대응해 연대함으로써 협상력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비대위원장을 맡은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정부의 명문화된 정책 철회 협의가 나오면 현장에 복귀하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전날 문 대통령이 진료 거부 중단을 요청했고 정부는 의대생들의 국가시험을 일주일 미루기로 한데다 이날 정 총리까지 유화책을 꺼냈지만 전공의들은 기존 입장에 더욱 힘을 실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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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위원장은 서울 영등포 서울시의사회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그는 “정부는 정치인들과 시민단체 인사의 자제가 부정하게 의대에 입학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한 공공의대 정책을 뻔뻔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며 “부동산 정책,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 등 공정성은 안중에도 없는 정부에 맞서 이 땅 청년들과 연대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공공의대 관련 법안이 발의만 돼 입법조차 되지 않은 만큼 학생 선발 기준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발표를 두고는 “정말 발의 중인지, 사전에 모든 작업을 마친 건지 정부의 적절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개최한 정례브리핑에서는 정부가 전공의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밝혔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공공의대 추진 철회 요구는 국회 입법권과 관련됐고, 한방첩약 시범사업 철회 요구는 건강보험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정부가 국회를 통제할 수 없고, 첩약 급여화 역시 건보정책 최고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각계 의견을 8개월간 수렴해 결정한 만큼 이를 포기하라는 것은 권한을 넘어선 무리한 요구라는 것이다. 윤 반장은 “전공의 단체가 이런 상황을 납득했다고 판단됨에도 철회 요구를 반복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정부에게 위법을 요청하는 것인지, 의사 수 확대만을 문제 삼는 것인지 분명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양측은 공개적인 설전으로 ‘강대강’ 대치를 이어갔지만 대화의 끈은 놓지 않았다. 코로나19 전국 유행이 심각한 상황인데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도 급증하고 있는 만큼 모두 부담이 적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전협은 이날 비공개로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을 만나 현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진행했다. 김진현 대전협 대변인은 “각 병원의 전공의 대표가 복지부 관계자와 만난다”며 “대화 내용은 비공개이며 간단히 질의응답을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정부가 제안한 공개토론 제안에 대해서도 박 위원장은 “의료계도 원하고, 언제든 참여할 수 있다”며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찬반 공청회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지성 젊은의사 비대위 대변인 겸 전임의비대위원장 역시 “의료계 선배와 상의해 언제든 공개토론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화답했다. 윤 반장은 “전공의단체가 새로운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면 정부도 진정성을 갖고 논의에 임할 것”이라며 “대통령까지 약속한 협의를 믿고 조속히 진료현장으로 돌아와 달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대화 의지를 보여주듯 전날 지방의 한 수련병원의 업무개시명령 현장조사 과정에서 벌어진 시위와 관련해 공무집행방해죄 적용 등을 검토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의사들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관련 추가 현장조사도 보류하고 있다.
/윤경환·우영탁기자 ykh22@sedaily.com

우영탁·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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