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서 승소한 이란 ‘다야니’ 가문이 한국석유공사의 영국 내 자회사인 다나석유공사 주식에 대해 가압류를 건 것으로 확인됐다.
2일 금융당국과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다야니는 영국 고등법원을 통해 영국 다나사(社) 주식 전부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했다.
다나석유공사는 한국석유공사가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지난 2011년 3조4,000억원에 지분 100%를 인수한 영국 내 알짜 자회사다.
다나사와 한국 정부도 지난달 가압류 신청이 제기된 사실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야니는 대우일렉트로닉스(대우일렉) 인수·합병(M&A) 사건과 관련한 730억원 규모의 ISD 소송에서 지난해 최종 승소했다.
이에 따라 다야니 가문은 한국 측의 계약금 조속한 반환을 압박하기 위해 가압류를 추가로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가압류 사건의 첫 기일은 오는 10월 5일 영국 고등상사법원에서 진행된다.
이번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다야니 측에 계약금을 반환하는 내용을 두고 여러 실무적인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가압류 사건에도 잘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다야니는 작년 2월에도 해외 소재 한국 기업들의 정부 채권 등에 대해 가압류를 시도했다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사건은 2010년 4월 다야니가 세운 싱가포르 회사 D&A를 통해 대우일렉을 매수하려다 실패하면서 불거졌다.
다야니 측은 채권단에게 계약금 578억원을 지급했으나 채권단은 ‘투자확약서(LOC) 불충분’(총 필요자금 대비 1,545억원 부족한 LOC 제출)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다.
다야니는 당시 계약 보증금 578억원을 돌려 달라고 했으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대우일렉 채권단으로부터 계약 해지의 책임이 다야니에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자, 한국 정부를 상대로 935억원을 반환하라는 취지의 ISD를 제기했다.
중재 판정부는 다야니 측의 승소 판정을 내렸다. 이는 외국 기업이 낸 ISD에서 한국 정부가 패소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한국 정부는 ISD 패소 판정을 취소해달라고 영국 고등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최종 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