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스포츠 문화

'포용력 있는 리더'가 초격차 만든다

[책꽂이-초격차 : 리더의 질문]

■권오현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내가 옳다'식 자기중심적 경영

갈등·혼란 일으켜 조직 파괴돼

관리형보다 도전·창조 더 중요

단기성과 집착말고 미래 초점을

2년전 권오현의 '초격차' 후속편

삼성신화가 제시하는 '리더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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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 삼성전자 상근 고문./연합뉴스권오현 삼성전자 상근 고문./연합뉴스


“지혜롭지 못한 리더는 포용성이 결여돼 있다. 내가 옳다, 내가 맞다, 나는 더 배울 것이 없다는 식으로 모든 것을 자기 위주로 판단한다. 포용성이 없는 리더는 조직 내 갈등과 혼란을 일으켜 궁극적으로 자신과 조직을 파괴한다”

“리더는 위기라는 말을 남발해선 안된다. 위기는 대처 방법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리더 자신 탓이지 오직 외부 탓만은 아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의 일등공신인 권오현 삼성전자 상근고문이 또 한 권의 책을 냈다. 2년 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던 ‘초격차’의 후속편인 ‘초격차 : 리더의 질문’이다. ‘초격차’는 국내 기업인이 쓴 책으로는 드물게 20만 부나 팔렸다. 새 책은 코로나발 경영환경의 급변으로 전략에 대한 기업인들의 갈증이 더욱 커진 상황에서 출간됐다. 권 고문은 그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스타트업 창업가, 가업 승계자, 전문 경영인들로부터 받았던 여러 현실적 질문에 대한 답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책으로 엮었다.

책은 3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은 리더, 2장은 혁신, 3장은 문화가 각각 핵심 키워드다.


1장에서는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리더와 리더십을 말한다. 권 고문은 먼저 “우리 회사 사장은 사장급이 아니라 대리급”이라는 말로 가장 흔한 리더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산업화 시대의 후발주자인 한국에서는 모방형 창업이 많았고, 이 과정에서 창업자들은 빠르게 따라잡기 위해 ‘실수 없는’ 관리 시스템을 추구했다. 그러다 보니 기업 내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제일 잘 관리하는 사람이 최고 경영자(CEO)가 되는 경우가 흔했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변했다. 이제는 관리 능력보다 도전과 창조가 더 중요하다. 관리형 리더는 본인이 없으면 업무가 안된다고 생각하기 일쑤고, 심지어 존재감을 유지하기 위해 본인이 부재할 때 업무가 안 되게 만들기도 한다. 최악이다. 권 고문은 “본인이 없더라도 업무가 돌아가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권한 위임을 과감하게 하라”고 조언한다.



최악의 리더, 당신일 수 도 있다
책은 리더를 5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위대한(great) 리더, 훌륭한(good) 리더, 무난한(so-so) 리더, 무능한(bad) 리더, 최악의(terrible) 리더다. 최악의 리더는 상사에게 좋은 결과를 보고하고 실적을 과시하기 위해 상습적으로 부하들을 압박한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다 미래를 등한시해 결국 조직을 몰락하게 만든다. 위대한 리더와 훌륭한 리더는 당연히 자신의 시간도, 조직의 목표도 미래에 초점을 맞춘다. 그렇다면 위대한 리더와 훌륭한 리더의 차이는 뭘까. 권 고문은 “훌륭한 리더는 당대에 존경을 받고, 위대한 리더는 다음 세대에도 계속해서 존경을 받는다”고 구분한다.



보편타당한 모범생으로 조직 채우지 말라
2장은 혁신이다. 권 고문은 혁신을 곤충의 변태 과정에 비유해서 설명한다. “애벌레가 크는 건 개선이지만 변신하는 건 혁신이다. 개선만 하는 것은 계속 애벌레로 남는 것과 같다. 혁신은 목숨을 걸고 도전하는 행위다. 개선은 실무자가 하는 것이지만 혁신은 리더가 주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혁신은 리더가 사활을 걸고 밀어 붙여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리더가 혁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통찰력, 사활이 걸린 결정을 하기 위한 결단력, 어려운 과정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나가는 실행력이 필요하다. 하나라도 부족하면 혁신을 수행할 수 없다.

혁신을 위해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요소가 인재다. “여러분이 리더라면 지식은 많지만 학창 시절에 친구들에게 노트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자기 성적을 올리는 데만 급급했던 사람을 채용하겠습니까?” 권 고문은 이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기존의 인재 프레임을 당장 버리라고 강조한다. 기업들이 보편타당한 모범생을 뽑는 데 초점을 두는 점을 문제 삼으면서, 현행 입사 시험으로는 미래형 인재를 발굴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과(過)부터 따지는 문화는 산업화 시대 유산이다
세 번째 키워드는 문화다. 권 고문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기업을 관찰하고,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 비결을 기업 문화에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체격도 작고 체력이나 시력, 청력이 다른 동물보다 열등한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를 지배하는 종이 된 것은 도전, 창조, 협력을 실행했기 때문이다. 권 고문은 “자연에서는 변하는 환경에 적응한 유전자를 갖게 된 개체가 후대로 유전되면서 번성하듯이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라며 “변혁기에 리더가 도전과 혁신을 하고 그 유전자를 정착시킨다면 새로운 시대에 번창하는 조직이 될 것”이라고 역설한다.

권 고문은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가 반드시 폐기해야 할 조직 문화를 하나 지목한다. 공(功)과 과(過) 중에서 과를 먼저 보는 문화다. 이는 실수를 용납하지 못했던 산업화 시대의 유산이라는 것이다. 그는 “사회가 발전하려면 공을 먼저 보는 문화가 되어야 한다”며 “그래야 도전하고 존경받는 리더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한다. 1만8,000원.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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