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배달음식 주문이 폭주하면서 “배달 라이더를 하면 연봉 1억원을 벌 수 있다”는 말이 나오자 현업에 종사하는 라이더들이 “이는 현실과 다르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라이더유니온은 3일 ‘배달 라이더 연봉 1억? 진실은 이렇다’는 제목의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최근 코로나19 이후 배달업에 새로 진출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배달업 종사자들은 일 시작 후 6개월 내에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다”면서 “연봉 1억원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서 라이더들이 오히려 위험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물리적으로 1시간 안에 배달할 수 있는 주문량에는 한계가 있는데 상대적으로 수익이 적은 라이더들이 ‘나는 왜 이렇게 수익을 못 내지’라는 생각에 무리하게 노동하다가 사고가 난다는 것이다.
라이더유니온 측은 ‘연봉 1억’도 과장된 수치라고 강조했다. 특수고용노동자에 속하는 라이더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야간·연장·휴일수당이나 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오토바이 유지 비용도 개인 부담이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큰 사고라도 나면 지금까지 벌었던 돈마저 다 토해내는 경우가 많다”며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라이더의 수익이 많은 금액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 ‘연봉 1억원’도 아주 일부에만 해당하는 내용일 뿐 일반 라이더들의 상황과는 별개라고 주장했다. 이날 라이더유니온이 공개한 쿠팡이츠 라이더 상위 5명(강남구·서초구·송파구 기준)의 수익 내역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강남구에서 많은 수익을 올린 1위는 약 58만원(64건), 5위가 46만원(46건) 수준이다. 박 위원장은 “쿠팡이츠에 접속하는 3만3,000명 가운데 상위 15명 정도의 수익을 갖고 ‘연봉 1억’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라이더유니온 측은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해 ‘안전 운행이 가능한 수준’에서 기본 배달료를 4,000원 수준으로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안전하게 신호를 준수하면서 시간당 4건 정도 배달하면 최소한 주휴수당을 포함한 최저임금보다 많이 받을 수 있다”면서 “안전 배달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통해 손님에게 따뜻한 배달, 자영업자에게는 빠른 배달을 할 수 있는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