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푼돈 나눠줘 효과 미미”
우선 김현철 교수는 기본소득을 두고 “저세금 저복지의 한국 사회에서 근본 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담대한 상상”이라며 “기존 세제의 근본적인 변화, 또 노동 및 복지 제도의 대대적인 수술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월 30만원씩 전 국민에게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연 187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증세는 필수”라고 역설했다. 그는 “낮은 행정비용으로, 소득조사에 기반하지 않고도 저소득층에 공적 부조가 집중되는 시스템 을 만들기 위해서는 세제를 보다 누진적으로 개편하고, 복지는 보편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며 “과감한 증세가 없다면, 기본소득은 푼돈 수준의 매우 적은 금액을 국민들에게 나눠주는 부의 재분배 기능도, 실제적인 사회보장 기능도, 소비 진작의 경제적인 효과가 미미한 정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회 실험을 통해 그 효과를 증명하고, 그 결과에 대해 국민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본소득은 천부적 권리”
유종성 가천대 교수는 기본소득 도입의 당위성을 강조한다. 그는 “추상적 논쟁을 넘어 구체적인 재원 마련과 기존 사회보장제도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서 디자인할 것인가의 차원으로 옮겨가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특히 ‘무위도식하는 사람에게 무임승차를 허용하는 것이 정의로운 것이냐’는 지적에 대해 “기본소득은 등 공유자원으로부터의 수익을 모두 가 나누는 것으로서 천부적 권리”라고 맞받았다. 아울러 현재의 사회보장제도보다 훨씬 더 큰 재분배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존 사회보장제도를 기본소득이 전면 대체하기보다 부분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원에 대해서는 “GDP 10%(1인당 평균 월 30여만원 수준) 내지 15%(1인당 평균 월 45~50만원 수준) 규모의 ‘생애주기형’(연령에 따라 지급액 수준에 차등을 두어 가령 아동은 월 15만원, 75세 이 상 노인은 월 60만원) 전 국민 기본소득을 도입하고, 고용보험과 공적연금은 재분배기능 없는 소득비례의 ‘소득보험’으로 개편하며, 공적 부조 중 상당 부분을 대체하자”고 설명했다. 재원은 GDP의 5%는 재정 지출구조 개혁으로, 5~10%는 보편 증세 및 부자 증세를 통해 마련하면 된다고 했다. 이밖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환경세), 종합부동산세의 부유세 개편 등으로 1% 이상을 추가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등 도입 이유 없어...실효성 떨어져”
양재진 연세대 교수는 기본소득 도입에 대해 “정책 수단 차원에서 하등 도입할 이유가 없다”고 기고했다. 그는 “기본소득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효한 수단이라면 재정 문제가 있더라도 적극 검토해야 하지만, 정책 효과성이 기존 복지급여보다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실직하지 않아도, 아프지 않아도 무조건 개인에게 동일 액수를 나눠준다”며 “누구나 똑같이 받으니 대단히 평등해 보인다. 그러나 상부상조나 사회적 연대 정신은 담겨 있지 않다”고 적었다. 특히 사각지대 해소에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동일한 액수를 나눠서 주다 보니 현재 복지 제도보다 인당 보장액이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사각지대 해소는 기본소득 이 아닌, 기초연금이나 의료급여처럼 조세 기반 복지를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적용하고 수급 조건을 완화해 풀어내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불평등 해소는 선별지원이 더 효과적”
최한수 경북대 교수는 “기본소득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며 도입 당위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매력적인 담론이긴 하지만, 재정적 감당이 쉽지 않을 뿐더러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 ‘기본소득을 정당화해주는 사회경제적 구조 변화’가 찾아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소득 재분배 효과를 두고도 “소득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저소득층 에 선별지원을 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특히 예산 제약이 있을 때에는 더욱 그렇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혹자는 기본소득을 위한 증세를 이야기하지만 그 비용을 감내하기에는 기본소득의 장점은 그 어느 것도 아직까지 충분히 검증된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정연 기자 ellenah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