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철 지난 철부지 논란이 볼썽사납다.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는 주장이나 매년 100조원 이상 적자를 내면서 방만한 살림을 꾸리는 것이나 철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총선 전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구당 최대 100만원을 지급했으면서 이번에는 선거가 없어서 주지 않느냐는 볼멘소리도 들리다. 온 국민을 빚더미에 올려놓았지만 재정지출이 누구 잇속을 채울지 아는 사람은 그저 당당하기만 하다. 정부는 국세 수입이 오는 2022년이 돼야 겨우 지난 2018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예측했다. 재정지출을 그만큼 늘려도 경제 활성화에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 같다. 앞뒤가 다르지만 부끄러운 줄 모르고 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정부가 3일 국회에 제출한 ‘2021년 예산안’과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은 무능과 불성실, 그리고 무책임의 결정판이라는 혹평을 면하기 어렵다.
내년도에 추진하는 역점 프로젝트는 낯부끄러운 정도다. 미국의 뉴딜 정책은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과 같이 성공한 정책이 아니다. 대공황 시절 뉴딜 정책에도 불구하고 높은 실업률이 유지됐고, 수많은 기업이 망했다. 한국판 뉴딜은 예산을 낭비하고 경제의 발목까지 잡을 것으로 보인다. 탈원전 정책 기조 속에서 그린뉴딜을 추진하면 에너지 비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그린뉴딜 정책으로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 수급이 불확실해진다. 많은 전력이 필요한 전기자동차산업, 인공지능(AI) 산업, 클라우드 산업 등의 산업 기반은 무너진다. 개방형 정보제공서비스(API)로 해결될 문제를 데이터 댐을 만든다고 헛돈을 쓰려 한다. 정보화 사업을 하고도 이쪽 관청에서 서류를 발급받아 다른 쪽 관청에 서류를 접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둔한 짓이다. 비정규직 직원을 채용해 자료를 입력하는 사업이 혁신을 만들어낼 수 없다. 더욱이 5세대(5G) 네트워크 문제는 매우 복잡하다. 예산만 쏟아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기업은 22세기를 지향하는데, 정부는 20세기에 머물러 있다. 무능한 것인지 친정부 생태계만 위해 일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일자리 정책은 돈 먹는 하마에 불과한 정책으로 전락했다. 18조원의 상품권 지급 효과는 ‘사회적 거리두기’ 1주일만 실시해도 허공으로 날아간다. 주52시간 규제를 하고 경영권을 위협하는 정책으로 어떤 기업들을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오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혁신도시 활성화 정책은 선거 대책으로 오인받는다. 실패 원인은 해결하지 않고 예산만 낭비한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도 성과를 내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방만한 지출로 국가채무는 2022년에 1,070조3,000억원으로 2012년 504조6,000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정부가 강조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재정 건전성에 관한 한 기준이 되지 못한다.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재정위기에 처해 있다. 언제 망해도 놀랍지 않은 국가들이다. 우리나라가 이들의 반열에 낀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정부는 무책임하게도 망해가는 국가들의 국가채무 상황과 힘을 주어 비교한다.
우리나라 의무지출의 비중은 2020년 본예산 기준으로 49.9%이다. 그리고 향후 5년간 연평균 5.3%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문재인 정부하에서 성장은 뒷걸음질치고 빚만 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번 예산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한 경제 구조조정 예산이 책정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이 실시한 정책은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이 아니다. 유동성을 공급하고 대출 만기를 연기하는 미봉책으로 문제 발생을 지연시켰을 뿐이다.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무너지는 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이 쏟아져나올 것이다. 정부는 아무런 대응 방안이 없다. 수해 방지 사업과 같이 표가 안 되는 일에는 관심도 없는 것 같다. 고용보험과 건강보험의 재정은 이미 악화했다. 공무원연금의 적자 규모는 커질 것이고, 사학연금도 조만간 적자로 전환된다. 국민연금기금은 2057년에 고갈된다. 이대로 진행되면 해결 불가능하다. 국회에서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재량적 지출을 최소화하고 진정한 재정지출의 구조조정을 실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