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5일 제9호 태풍 ‘마이삭’으로 피해를 본 함경남도를 찾아가 현지에서 노동당 정무국 확대회의를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회의 후 피해 현장을 둘러보며 태풍으로부터 농경지를 보호할 구조물 구축과 기술 개발 등의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연합뉴스=조선중앙TV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일 태풍 ‘마이삭’의 피해를 입은 함경남도를 방문해 도당위원장을 해임한 조치가 당 내부의 결속을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북한 내부에서도 확산됨에 따라 중앙당에 대한 피로도가 쌓이자 ‘전화위복’을 위해 강경책을 택했다는 지적이다. ‘마이삭’에 이어 태풍 ‘하이선’까지 연달아 북한을 덮칠 예정이어서 김 위원장의 민심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태풍 ‘마이삭’ 피해의 책임을 물어 함경남도 도당위원장을 교체한 후 평양 당원 1만2,000명을 피해 지역에 급파했다. 조선중앙통신은 6일 “김 위원장이 5일 함경남도 태풍 피해 지역에 도착하신 최고 령도자 동지께서는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들로부터 현지에서 태풍피해상황에 대하여 상세한 보고를 받으시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함경남북도에서 피해 상황이 발생하자 먼저 당 부위원장들을 파견해 실태를 파악하도록 했다. 이틀이 지난 5일 함경남도에서 노동당 정무국 확대회의를 열어 김성일 함경남도 도당위원장을 해임하고 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부부장을 새로 함경남도 도당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태풍9호에 의한 자연재해 복구 전투조직을 위한 당중앙위원회 정무국 확대회의를 현지에서 소집했다고 6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연합뉴스북한의 이같은 조치는 경제제재로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태풍·수해 등으로 민심이 이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조선중앙TV는 지난 3일 함경남도 함흥 시내에선 68㎜, 서호·마전해안가 지역에서는 168㎜의 비가 내렸다고 보도했다. 함흥시에서는 해일 현상도 발생했다. 통신은 6일 이번 태풍으로 “함경남도와 함경북도 해안연선지대에서 1천여 세대의 살림집들이 각각 파괴되고 적지 않은 공공건물들과 농경지들이 침수되었다”고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의 현장 행보를 “위기관리 능력을 과시하고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모숩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자신의 전용열차에서 현지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게재했는데, 이는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다. 홍 실장은 “실무적 전담부서로 구성된 정무국 성원, 조직지도부, 선전선동부 등을 대동하고 현장에서 ‘당 정무국회의’를 진행, 신속성 및 준비된 현장통치 모습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제9호 태풍 ‘마이삭’의 피해를 입은 함경남도와 함경북도에 급파할 ‘최정예수도당원사단’을 조직하겠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평양 당원들에게 보냈다고 6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연합뉴스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이 정무국 회의를 주재하고 피해 지역을 현지지도하고 평양당원들에게 공개서한을 공개적으로 보낸 것은 위임통치가 아니라 자신의 건재함과 직접통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뒤숭숭한 북한 내부 분위기를 결속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홍 실장은 김 위원장의 행보를 “코로나19로 침체된 평양 분위기를 동원을 통해 일신시키는 계기로 삼는 등 전반적으로 ‘전화위복용’, ‘일심단결용’으로 이번 상황을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당 중앙은 수도의 우수한 핵심당원 1만2천명으로 함경남북도에 각각 급파할 최정예수도당원사단들을 조직할 것을 결심하였다”는 내용의 서한을 평양 전체 당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통상 군 병력이나 행정기관에서 인력을 소집하는 것과 달리 수도인 평양 당원들을 동원하는 조치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노동신문은 6일 “피해복구사업을 자연 재해를 털어버리기 위한 단순한 경제 실무적인 복구 건설 과정만이 아닌 중요한 정치사업과정으로, 일심단결을 강화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명진 북한 기상수문국 소장은 4일 조선중앙TV에 출연해 제10호 태풍 ‘하이선’ 이동 경로와 북한 지역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윤 소장은 “폭우를 동반한 많은 비와 센 바람이 예상된다”고 말했다./연합뉴스그럼에도 북한 대내외 사정은 녹록지 않다. 태풍 마이삭이 지나간지 나흘 만에 또다시 태풍 하이선이 북한 함경북도 지역을 통과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북한 기상수문국의 류봉철 중앙기상예보대 대장은 6일 노동신문 인터뷰를 통해 “이번에 발생한 태풍 10호는 그 규모와 세기에 있어서 태풍 8호와 9호보다 더 큰 대형급 태풍”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 당국은 8호 태풍 바비와 9호 태풍 마이삭 피해가 복구되지 않은 상황에서 태풍이 추가적인 피해를 낳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류 대장은 태풍으로 동해안 지역 등 여러 지역에서 폭우와 강풍, 해일이 예상된다며 “이미 폭우와 큰물로 건물들과 살림집 등이 물을 많이 흡수한 조건에서 철저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그 손실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6일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복구현장을 찾았고 지난달 28일을 전후로 황해남도 농 경지역을 방문했다. 이어 이번 함경남도까지 찾아가 연이어 닥친 태풍 피해 현장을 직접 챙기는 ‘민생을 돌보는 지도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