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서나 볼 수 있는 사이닝보너스(입사계약 인센티브)를 국내 스타트업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분야 핵심 인재 영입경쟁이 치열해 지다 보니 파격적인 인센티브로 러브콜을 보내는 것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물류 스타트업 메쉬코리아는 경력직 개발자 공개채용을 시작하면서 최소 5,000만원 이상의 사이닝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했다. 메쉬코리아는 AI 데이터 사이언스, 엔지이너링 등 개발자 직군서 인력을 뽑는데 합격자들에게는 최소 5,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가까운 사이닝보너스를 주기로 한 것이다.
사이닝보너스는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면 지급하는 일회성 보상금이다. 메이저리그 등 프로스포츠에서는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사이닝보너스를 받게 되면 계약기간 동안 다른 회사로 이직할 수 없고 스스로 퇴사를 하면 사이닝보너스를 반환하도록 하는 조건 등이 붙는다. 2000년대 초반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대기업들이 사아닝보너스를 내세우며 우수 인재 확보전에 나섰지만, 이제는 스타트업들도 가세하고 있다.
쿠팡도 지난 6월 테크직군 경력 공채 200명을 뽑으면서 최소 5,000만원 규모 사이닝보너스를 지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직간접적으로 5만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지만 주요 기술 인력에 대해서는 경쟁업체들이 파격적인 몸값을 제시하며 빼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사이닝보너스 지급은) 열심히 길러 놓은 핵심 인력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수성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핀테크 스타트업인 토스도 지난해 말 최대 1억원 한도의 사이닝보너스를 지급해 관심을 모았다.
스타트업들도 사이닝보너스 지급에 잇따라 나서는 것은 AI나 빅데이터, 금융과 기술이 접목된 핀테크 등과 관련된 기술인력 등이 태부족해서다. 스타트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력은 부족한데 초기 안착을 위해 경쟁사보다 뛰어난 기술인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사이닝보너스를 주고 서라도 인력 확보전에 나서는 것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관련 스타트업들이 급성장하면서 인력 수요도 덩달아 커지고 있는 것도 사이닝보너스 지급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7월 857명이었던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직원 수는 지난 7월 현재 1,050명으로 급증했다. 쿠팡 역시 같은 기간 7,600명에서 2배 가까운 1만3,800명(직고용 기준)으로 늘었다. 문제는 AI나 빅데이터 등 주요 IT분야 개발자를 포함한 핵심 인력은 앞으로 5년 동안 3만2,000명이 부족할 전망이어서 스타트업들의 인력유치 경쟁은 지금보다 훨씬 격해질 전망이다.
일부 스타트업들은 개발직 등 기술인력을 뽑기 위해 아예 우수인재가 몰려 있는 강남권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인력들이 채용시장에서 ‘갑의 위치’에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