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가격공시제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표준지와 표준 단독주택을 기존보다 각각 2만필지, 1만가구 늘리기로 확정했다. 올해 감사원에서 표준 부동산 표본 수가 불합리하다며 늘리라고 주문한 것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국토연구원 등 전문기관에서 적정 표본으로 제시한 수치보다 여전히 적어 형평성 논란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공시가격 산정을 놓고 나타나는 각종 잡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토지·단독주택, 표준 늘린다=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내년 1월 부동산가격공시부터 표준지를 기존 50만필지에서 52만필지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예산 17억4,000만원을 증액했다. 또 표준 단독주택 수도 기존 22만가구에서 23만가구로 늘리기로 했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내년 예산안에 표준지와 표준 단독주택 수 확대를 위한 증액분을 포함했다”며 “내년 초 발표하는 ‘2021년 부동산가격공시’부터 확대된 표본 수를 적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토부가 표준 부동산 표본 수를 늘린 것은 그간 가격공시와 관련한 형평성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현재 토지와 단독주택에 대한 가격공시는 감정평가사와 한국감정원이 표준 부동산의 가격을 우선 책정하고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를 토대로 개별 토지와 개별 단독주택에 대한 가격을 매기는 방식이다.
표준 부동산 표본 수가 적으면 개별 부동산 가격을 매기기 위해 상대적으로 거리가 멀거나 형태가 다른 표본을 활용할 수밖에 없어 공정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 감사원은 부동산 가격공시제가 지속해서 논란이 되자 지난해 11월부터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 등을 대상으로 운용실태를 감사했고 지난 5월 표본 수를 늘리라는 취지의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성 개선 한계, 논란 지속될 듯=감사원은 이같이 권고하면서 적정 표본 수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감사원의 의뢰를 받은 국책연구기관 국토연구원은 표준지의 적정 표본 수가 64만8,000필지, 표준 단독주택이 26만가구라고 밝혔다. 한국감정원은 이보다 적은 적정 표준지가 60만6,000필지, 적정 표준 단독주택이 23만6,000가구라고 제안했다. 두 기관 모두 국토부의 개선안보다 더 많은 표본이 필요하다고 분석한 것이다. 국토연구원은 적정 표본 수와 관련, “서울 등 대도시권보다 강원·전남 등에서 표본 수를 현행보다 늘려야 한다”며 “또 주거·상업 지역 이외의 녹지·농림·자연보존지역에 대한 표본 수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국토연구원 등 전문기관의 분석 수치는 참고 자료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감사원에서 국토부에 적정 표준지와 표본 주택 수를 추정하라고 통보한 만큼 자체적으로 적정 수를 책정해 확대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표준 부동산 표본 수를 대폭 늘릴 경우 예산이 급증할 수 있고 어느 수준까지 성과가 개선될지 확신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내년에 늘어나는 표본 수를 바탕으로 성과를 평가한 후 표본 수의 추가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