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사상 최대 규모로 편성하며 한차례 요동쳤던 채권시장이 4차 추가경정예산안 추진 소식에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대규모 국채 발행 소식에 수급부담이 커지면서 국채금리는 연일 상승세(국채가격 하락)를 타고 있다. 자칫 기업의 자금조달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7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973%로 전 거래일(0.929%) 대비 0.044%포인트 급등했다. 올해 저점이었던 지난달 5일(0.795%) 대비 0.178%포인트 오른 것이다. 이날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1.572%로 전 거래일(1.527%) 대비 0.045%포인트 뛰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연중 저점이었던 지난 7월30일(1.281%) 대비 0.291%포인트 올랐다.
채권금리는 채권가격과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 같은 국채금리 상승은 국채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국채를 대거 발행했을 뿐 아니라 내년에도 사상 최대 규모로 발행하기로 하면서 물량부담에 국채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3차 추경까지 추진하면서 적자국채를 97조1,000억원 발행했는데 7조원대 4차 추경을 전액 적자국채로 조달할 경우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게 된다. 내년도 적자국채 발행 예정액도 2019년(34조4,000억원)보다 2.5배 많은 89조7,000억원에 달한다.
국채 발행 물량이 계속 늘어나 국고채 금리가 올라가면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은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0.5%로 낮췄는데 가계가 조달하는 금리는 오히려 오르는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출이 소비여력을 제약하는 구축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면 기업들의 자금조달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국채금리 상승기에는 거래량이 적은 회사채에 대해 유동성 프리미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빨리 처분하지 못하는 회사채에 대한 시장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유통물량을 중심으로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회사채 발행시장에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작다는분석이다. 발행물을 사들이는 입찰자들의 수요가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채 대비 고금리를 노리고 매수하는 보험사 등 기관들은 매입한 회사채를 중간에 팔아버리지 않고 만기까지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한은은 지난달 31일 1조5,000억원 규모의 국고채를 단순매입했을 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고채 발행 증가로 시장금리가 급등하는 등 시장불안이 발생했을 때 국채 매입에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아직까지 국내 금융기관과 외국인의 수요가 견조한 만큼 시장불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수급부담을 해소할 한은의 보다 적극적인 국채 매입이 전제되지 않는 한 금리 상승 위험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원·김민경기자 j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