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홀로서기 꿈 키우는 장애인들 볼 때 가장 행복"

‘서울시 복지상 대상' 정현숙 동천의집 지원사업실장

지인 권유로 입사 후 36년 봉사

자녀양육 돕고 수술비 지원까지

예산·정책 놀랄만큼 좋아졌지만

생애 전 주기 맞춤지원 이뤄져야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예산이나 정책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장애인의 생애 전 주기에 맞춘 체계적인 지원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제18회 서울시 복지상’ 대상을 수상한 정현숙(61·사진) 동천의집 지원사업실장은 7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저보다 훌륭한 분들이 훨씬 많은데 제가 받아도 되는 상인지 모르겠다”면서 “제가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드린 것 못지않게 저 역시 장애인분들로부터 도움을 받았을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정 실장은 지난 1984년 서울 노원구 하계1동에 위치한 장애인복지지설 동천의집에 입사했다.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던 지인의 권유가 계기였다. 정 실장은 올해로 36년째 근무하면서 시설을 퇴소한 장애인 20가구의 자녀를 양육하고 질병을 치료해주는 헌신적인 활동을 인정받아 올해 서울시 복지상 대상을 수상했다.


정 실장은 “처음 근무할 때는 장애인 100여명에 직원은 20명이 채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장애인 55명에 직원만 40여명에 달할 정도로 처우가 달라졌다”며 “다만 예산과 인력은 크게 늘었지만 장애인들이 퇴소 후에도 자립을 이어갈 수 있도록 생애주기에 맞춘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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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실장이 근무하는 동천의집은 1~3급 발달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유치원부터 고등학생까지 시설에 머무를 수 있어 성인이 되면 다른 시설로 옮기거나 자립해야 한다. 지금도 정 실장은 동원의집을 퇴소한 20쌍의 발달장애인 부부와 가족처럼 지낸다. 자녀 양육을 돕거나 집안 대소사를 챙기는 것은 물론 자녀의 눈 수술을 지원하고 신장병 치료비를 보태기도 했다.

정 실장은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은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이 자립에 대한 희망을 가질 때라고 답했다. 그는 “시설에 머무르는 친구들이 앞서 퇴소해 홀로서기에 성공한 형과 언니들을 보며 자립의 꿈을 키워나가는 모습을 보면 가장 행복하다”며 “장애인시설에서 퇴소한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동천의집 최장기 근속자인 정 실장은 올해 12월이 정년퇴임이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만 65세까지 파트타임 방식을 통해서라도 계속 장애인을 돕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과거와 달리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개선하려면 여전히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정 실장은 “저는 다행히 좋은 시설에서 좋은 사람들과 근무하고 있지만 성인이 되어 가정에 머무르는 재가장애인을 돌보시는 분들은 훨씬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며 “지금도 묵묵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장애인시설 근무자들이 앞으로도 더욱 격려를 받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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