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건강 자가진단 시스템이 먹통이 되면서 학생, 교사들이 혼란에 휩싸인 가운데 일부 학교에서는 시스템 개편 당일에서야 개편 사실이 안내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9월 중순 시행하기로 했었던 시스템 개편을 무리하게 조기 추진하면서 학교 혼란을 증폭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북부 등 일부 학교에서 자가진단 당사자인 학생과 교직원들이 시스템 개편 당일인 전날까지 관련 사실을 알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 학생들은 등교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증상을 확인하기 위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별로 개설된 웹페이지에서 자가진단을 해왔다. 하지만 전날부터 갑작스럽게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자가진단이 가능해지고 자가진단 대상이 기존 초·중·고교 학생에서 유치원생 및 전체 교직원으로까지 확대 적용됐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아무런 공지를 접하지 못했다가 하루 아침에 바뀐 자가검진 시스템을 접한 학생들은 애를 먹었다. 학교에 공문이 오지 않은 탓에 교사들도 개편 사실을 몰랐고 학생들에게도 안내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전날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아이폰용 앱은 오전에 접속조차 되지 않아 학교에는 학생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지난 학기 검진 대상이 아니었던 교직원과 유치원생들은 당일 학교에 공문이 전달되고 나서야 자신들도 진단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이유는 교육부가 새 자가진단 시스템 적용시기를 무리하게 앞당겼기 때문이다. 애초 교육부는 앱 자가진단 기능 추가, 다문화가정을 위한 외국어 안내 기능 추가 등 의견 수렴을 거쳐 각 시도 교육청에 이달 중순 자가진단 시스템을 개편하겠다고 알렸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연장되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원격수업으로 전환하는 학교들이 속출하자 교육부는 2학기 개학 직후인 지난 3일 밤 늦게 서야 각 교육청에 7일부터 조기 실시한다고 알렸고 교육청도 이튿날인 4일 각 지원청에 관련 공문을 전달했다. 하지만 공문에 “앱과 웹 모두 9월 7일부터 사용 가능하도록 추진 중이나 지연될 수 있음”이라는 모호한 표현이 포함돼 일부 지원청은 즉시 관할 학교에 개편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주말 동안 앱을 시험적으로 써볼 수 없는 상황에서 검증 없이 학교에 안내가 나가면 혼란만 부추길 것으로 판단해 안내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유·초·중·고 학생 601만명과 교원 50만명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자가진단 시스템이 아직 불완전한 상태인데도 교육부가 무리하게 추진해 학교 혼란을 증폭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드로이드용 앱 서비스는 아직 개시조차 되지 못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교사는 “앱스토어에 등록조차 안 됐는데 앱으로 진단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라면서 “학생들 문의에 제대로 대응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