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동향

“몇 억 올라도 거래될 판”…사전청약, 전세 뇌관 되나

[내년 7월부터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서울發 전세난 수도권까지 확산

과천 전용84㎡ 한달새 5,000만원↑

왕숙 인접 다산동은 매물 씨말라

창릉지구 들어설 덕양구도 오름세

3기 신도시 가운데 하나인 부천 대장지구 전경./서울경제DB3기 신도시 가운데 하나인 부천 대장지구 전경./서울경제DB



“근처 부동산 어디에 전화해도 전세 매물이 아예 없어요. 반전세도 없어서 부르는 게 값입니다. 3기 신도시 때문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연락이 오는데 이 지역에 살던 사람들도 이사할 집이 없는걸요.”(부천시 S 공인)

정부가 내년 7월부터 인천 계양, 남양주 왕숙, 고양 창릉, 부천 대장, 과천 과천지구 등 3기 신도시를 포함해 6만가구의 사전청약을 진행한다고 밝히면서 수도권 전세시장의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전청약은 2021년 3만가구, 2022년 3만가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지금도 임대차 3법 등 각종 규제로 서울 전세 난민이 인근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수도권 전역에서 전세물건 품귀 등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정부는 사전청약이 전세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임대차법으로 매물이 씨가 마른 가운데 사전청약으로 인해 청약은 물론 입주 때까지 임대차 시장의 수요로 남게 되면서 수도권 전세가 오름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0915A23 아파트전세가변동률, 수도권지역 전세수급지수


◇지금도 전세 매물 없는데=8일 서울경제가 사전청약에 들어갈 예정인 3기 신도시 인근 중개업소에 확인한 결과 전세 매물 잠김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매물은 없는데 수요는 쏟아지다 보니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이다.

우선 전셋값이 하락세를 보이던 과천도 최근 상승세로 돌아섰다. 과천시 원문동 ‘래미안슈르’ 전용 84.95m²의 경우 현재 호가가 9억원에 육박한다. 지난 7월에 최고 8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한 달여 만에 5,000만원 오른 것.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과천에서 청약 자격을 얻으려는 사람이 전국에서 연락이 온다”며 “로열동·로열층에 수리된 좋은 물건은 10억원에도 나간다. 지금도 평형별로 매물이 두건씩 정도밖에 없다”고 전했다.


다른 지역도 비슷하다. 하남 교산지구 인근 A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용 109㎡의 경우 전세가 6억5,000만원에서 현재 7억원을 넘어 8억원을 바라보는 상황”이라며 “임대차 3법 때문에 전세물건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하남 망월동 ‘미사강변 골든센트로’ 전용 59㎡ 전세는 지난달 30일 5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7월 4억3,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진 지 한 달 만에 1억원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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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왕숙에 인접한 다산동의 경우 수천 가구 대단지에서도 전세 찾기가 어려웠다. 이 지역에 위치한 ‘부영그린타운 1~5단지’ 5,756가구 가운데 네이버 부동산에 등재된 매물은 단 5건에 불과하다. 부영그린타운 1단지에서 유일하게 전세로 나온 물건은 162㎡ 1층 물건으로, 그나마 지난해 7월에 거래된 4억6,000만원보다 호가가 1억4,000만원 뛴 6억원에 매물이 올라와 있다. 왕숙지구 인근 W 부동산은 “매물이 줄어든 정도가 아니라 없다”며 “나오는 족족 금액이 커도 거래가 되니까, 몇천이 아니라 몇억이 올라도 거래될 판”이라고 말했다.

창릉지구가 들어설 고양시 덕양구도 오름세가 뚜렷하다. 고양 향동동 ‘DMC 중흥S클래스 더센트럴’ 전용 59㎡는 지난달 8일 4억9,000만원에 세입자를 찾았다. 7월 4억원대에 처음으로 진입한 뒤 5억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호가는 5억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인천 계양지구 일대도 비슷하다. 인근 D 공인 관계자는 “전세 매물이 아예 없다. 신도시 청약 때문에 들어오려는 사람이 있어도 들어올 수 없다”며 “전세 물건은 임대차 3법 이후에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사전청약, 결국 전세난 심화 우려=수도권 전세난이 심해진 이유는 수요는 느는데 공급은 줄어들고 있어서다. 서울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수도권으로 전세 수요가 몰리고 있고, 수도권에서도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곳은 청약 대기 수요까지 겹쳤다. 반면 임대차 3법으로 전세 2년 연장이 쉬워지면서 기존 세입자들이 집을 나오는 경우는 줄었다. 대신 집주인들은 부동산 규제를 피해 실거주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수도권 전세난은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 지역 전세수급지수는 185.9를 기록했으며 지난달 31일 기준 주간 전세수급지수는 193.2까지 치솟았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넘길수록 공급 부족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올 들어 8월까지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는 3.42% 올랐다. 하남은 무려 12.51%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3기 신도시 입주가 이뤄질 때까지는 수도권 전세난이 잡히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사전청약 일정을 미리 알리면서 기존 주택시장으로 몰렸던 매입 수요를 조절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하지만 3기 신도시 분양을 노리는 무주택자가 임대차 시장에 머물면서 전·월세 가격의 꾸준한 오름세는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윤선·양지윤기자 sepys@sedaily.com

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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