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기존 유럽연합(EU) 탈퇴협정 일부 조항을 무력화할 수 있는 ‘국내시장법’(The internal market bill)을 공개해 유럽연합(EU)과 자치정부의 반발하고 나섰다.
9일(현지시간) BBC 방송, 스카이 뉴스에 따르면 국내시장법 초안은 연말까지 설정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전환(이행)기간 이후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스 등 영국 국내 교역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법안에 따르면 전환기간 이후 북아일랜드에서 영국 나머지 지역으로 건너가는 상품에는 아무런 통관 확인 절차가 적용되지 않는다.
EU 탈퇴협정에서 북아일랜드는 여전히 영국의 영토에 속하지만 EU의 관세 체계를 따라야 한다. 국내시장법은 그러나 이같은 EU 탈퇴협정 내용을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시장법, 영국과 EU 사이에 합의된 의무에 대해 무력화 가능 |
국가 보조금과 관련해 영국과 EU 사이에 합의된 의무에 대해서도 무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특정 조항이 국제법 또는 다른 국내법과 일치하지 않거나 양립하지 않더라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밝혀 EU와 자치정부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스코틀랜드,"국내시장법은 자치권 간선 우려" |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탈퇴협정을 위반하려는 영국 정부의 의도에 대해 크게 우려한다”면서 “이는 국제법 위반이자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스코틀랜드 등 영국 내 자치정부도 이번 국내시장법이 자치권을 간섭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자치정부는 만약 중앙정부가 잉글랜드 지역에 특정 식품 수입을 허용하고, 국내시장법을 근거로 다른 지역에서도 이를 받아들이도록 하면 자치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이언 블랙퍼드 스코틀랜드국민당(SNP) 하원 원내대표는 국내시장법과 관련, “스코틀랜드 의회에 대한 공격이자 스코틀랜드 주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