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대학들의 온라인강의 공유 플랫폼이 정작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적인 제작 시스템과 다양한 강의를 갖춘 플랫폼이 있지만 대학들이 사이버대와의 차별성, 등록금 갈등 등을 의식해 자체 제작한 온라인강의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학기에도 비대면강의가 계속되면서 대학들의 돈 낭비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10일 31개 서울 대학 총장 모임인 서울총장포럼에 따르면 협의체가 운영하는 ‘공유대학플랫폼’의 올해 1학기 학점교류 건수는 83건(6개 대학)에 그쳤다. 지난해 2학기 317건(13개 대학)과 비교하면 74% 급감했다.
공유대학플랫폼은 서울총장포럼 회원대학 중 23개교가 지난 2016년 1월부터 운영하는 학점교류 플랫폼이다. 대학 간 강의 공간, 기자재 자원을 공유하는 취지에서 마련됐지만 올해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결국 이달부터 운영이 일시 중단된다.
다른 온라인강의 공유 플랫폼도 코로나19 사태에서 빛을 발하지 못했다. 한양대가 운영하는 ‘대학 e러닝 기반 학점인정 컨소시엄’의 올 1학기 이용자는 지난해 수준에 머물렀다. 45개 대학에서 3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해마다 학점을 인정받고 있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이용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예년과 다르지 않다. 한양대 관계자는 “1학기만 놓고 보면 예년과 이용자 수에서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디지털대가 운영 중인 연합대학(SDU)도 마찬가지다. 연간 1만명 넘게 이용하는 SDU는 올해 1학기 강의 수를 전년 동기 대비 약 4배 증가한 395개까지 늘렸지만 이용자는 5,000명에 미치지 못해 예년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이 밖에 80여개 대학이 참여하는 원격교육기구 한국대학가상교육연합(KCU컨소시엄)도 올해 1학기 이용자는 그대로였다.
대학 온라인강의 공유 플랫폼이 구축돼 있는데도 코로나19 국면에서 유용하게 활용되지 못한 것은 대학들이 이를 활용하지 않고 ‘온라인강의 찍어내기’에 열중했기 때문이다. 4년제 대학들이 기존 사이버강의를 신뢰하지 않거나 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주장을 우려한 것이다. 서울디지털대 관계자는 “강사법 시행 이후 각 대학의 전임교원 과목 시수가 늘어나면서 학점교류가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대학들이 단기간에 온라인강의를 찍어낸 탓에 플랫폼 이용자 수에 변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온라인강의 공유 플랫폼 운영기관 관계자는 “대학들이 등록금 환불 요구를 의식해 자체제작을 하는데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강의 퀄리티가 크게 떨어진다”며 “스튜디오를 제대로 갖춘 공유 플랫폼을 활용하면 양질의 온라인강의를 제공하면서도 절감한 비용을 등록금 반환에 쓸 수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재정지원 부족도 문제다. 공유대학플랫폼은 서울시 예산 지원이 끊기고 재정난을 겪다 결국 운영이 중단됐다. 유지상 서울총장포럼 회장은 “후원이 끊긴 뒤 플랫폼 운영을 전국대학교육협의회에 이관하고 교육부에 재정지원을 요청하려 했지만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며 “교육부와 대교협이 지원하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러한 지적 속에 전날 한국형 온라인 강좌(K-MOOC)를 확충해 대학의 학점인정·교류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745개에 그쳤던 강좌를 2025년 2,045개까지 늘릴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