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인종 차별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게 하고 싶었다.”
‘사회 정의’와 ‘엄마 파워’의 대결로 표현된 올해 US 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패권은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 오사카 나오미(23·일본·9위)에게 돌아갔다.
오사카는 13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빅토리야 아자란카(벨라루스·27위)에게 2대1(1대6 6대3 6대3)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상금 300만달러(약 35억6,0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2018년 이 대회 결승에서 세리나 윌리엄스(미국)를 꺾고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한 오사카는 2019년 호주 오픈에 이어 개인 통산 세 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따냈다. 메이저 단식 3회 우승은 아시아 선수 최초다. 이전까지 아시아 국적으로 메이저 단식 정상에 오른 선수는 2011년 프랑스 오픈과 2014년 호주 오픈 여자단식 우승자 리나(중국·은퇴)가 유일하다.
우승만큼이나 화제가 된 것은 오사카의 마스크였다. 그는 이번 대회 1회전부터 경기마다 미국 내 인종 차별로 인해 숨진 흑인 희생자들의 이름을 마스크에 새기고 출전했다. 결승에는 타미르 라이스라는 이름이 적힌 마스크를 쓰고 나온 오사카는 시상식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도록 하려는 것이었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앞서 1회전 경기를 마친 뒤 “TV로 전 세계에 중계되면 사람들이 마스크를 보고 인터넷 검색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승전까지 7장의 마스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오사카는 아버지(레너드 프랑수아)가 아이티 출신이고 어머니는 일본 출신이다. 카리브해의 섬나라 아이티는 인구 대부분이 흑인이며 오사카 자신도 ‘흑인 여성(Black Woman)’이라 규정한 바 있다.
이날 오사카는 자신의 첫 서브 게임부터 13개의 실책을 연발한 끝에 1세트를 1대6으로 내줘 출발이 좋지 않았다. 2세트에서도 0대2로 끌려가던 그는 2대2로 균형을 맞춘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역전에 성공한 뒤 3세트에서는 4대1까지 달아나 아자란카의 추격을 뿌리치고 역전승을 완성했다. 이번 결과로 오사카는 세계랭킹 4위, US 오픈 세 번째 준우승을 보탠 엄마 선수 아자란카는 14위로 각각 순위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