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광군과 목포시·신안군 일대 273만㎡의 부지에 조성된 ‘e-모빌리티’ 규제자유특구에서는 초소형 전기차의 자동차 전용도로 주행 실증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행법으로는 초소형 전기차의 자동차 전용도로 주행이 금지돼 있지만 e-모빌리티 특구에서는 가능하다. 이곳에는 이미 캠시스나 대풍EV 자동차, 코리아하이테크 등 지역 유망업체들이 지난 1년간 1,183억원을 투자했다. 지역의 젊은 인재들도 서울로 가는 대신 e-모빌리티 특구에 자리 잡아 미래를 꿈꾸고 있다. 경남 창원에서는 자율주행차처럼 바다를 선장 없이 다닐 수 있는 자율주행선박인 ‘무인선박’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무인선박이 신기술이다 보니 국내에는 관련법 규정 자체가 없어 실증작업이 불가능했지만 창원 지역에서는 허용해준 것이다. 무인선박은 해양지질탐사나 어뢰탐지·해양감시 등에서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어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3일 정부·업계 등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다양한 분야의 혁신기술들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현행 규제가 너무 복잡하고 많아 제대로 싹을 틔울 수 없다는 위기감에 지난해 7월 말 출범한 규제자유특구가 혁신의 전초기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는 가운데서도 전국 21개 특구에 기업 100곳이 이전했고 이들 기업의 투자규모는 3,169억원에 달한다. 특구 내 기업들에 대한 벤처캐피털(VC)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VC들은 지난 1년간 특구 내 유망기업에 402억원을 투자했다. 규제의 대못을 뽑아주니 기업이나 VC들이 함께 투자하고 신기술을 테스트하면서 글로벌 시장 선점을 목표로 뛰는 것이다. 기업과 자본이 합쳐진 이른바 ‘한국판 실리콘밸리’가 잉태되고 있는 셈이다. 김희천 중소벤처기업부 규제자유특구단장은 “기존 규제가 신기술이나 신산업의 발전속도를 따라가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를 꼼꼼히 점검해보고 신기술의 사업화가 가능한지 여부를 실증하기 위해 일종의 ‘시험 존’을 만들어준 것”이라며 “규제자유특구가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미래 성장엔진을 마련하는 핵심기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규제자유특구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새 기술이 개발되고 사용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현행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1년 만에 전국적으로 21곳이 선정됐다. 강원도의 경우 현행법에서는 금지하고 있지만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를 의사가 원격 진료할 수 있고 세종시에서는 승객을 태운 자율주행버스가 일반도로를 운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