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를 향한 독극물 공격 의혹은 “살인 미수”라고 일침을 가했다. 러시아에 진상 요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가운데 나발니는 현재 인공호흡기 없이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현지시간)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 살인미수 사건의 정황과 책임자를 바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발니가 신경안정제 노비촉에 중독됐다는 프랑스 자체 분석 결과를 알리며 이는 화학무기 사용에 관한 국제규범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크렘린궁 역시 이날 프랑스의 요청으로 이뤄진 전화 통화에서 나발니 사건과 관련한 상황에 자세하게 논의됐다고 전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은 (나발니 사건과 관련) 러시아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의 부적절성을 강조했다”며 “사건 실체 규명을 위해 독일 전문가들이 러시아로 나발니 검사 결과에 따른 공식 결론과 생체 자료를 전달하고 러시아 의료진과 공동 작업에 착수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나발니는 지난달 20일 시베리아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던 러시아 국내선 여객기에서 갑자기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 나발니의 측근은 그가 여객기 탑승 직전 공항에서 차를 한 잔 마셨다고 진술했다. 이후 나발니는 독일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아 베를린으로 이송됐고, 현재 샤리테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지난 2일 독일 정부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그의 몸에서 치명적인 독극물인 노비촉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노비촉은 냉전 말기 구소련이 무기용으로 개발한 독극물이다.
한편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나발니의 상태가 상당히 호전돼 침대에서 나와 잠시 걸을 수 있을 정도라고 보도했다. 나발니를 치료하고 있는 샤리테 병원 측은 “나발니에게서 인공호흡기를 빼는 데 성공했다”며 “그는 현재 재활 중이며 짧은 시간 동안 침대에서 나올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