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15일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올해 지역화폐를 발행했거나 계획 중인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229곳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체 지자체(243곳)의 94%에 이른다. 지난 2016년 53곳에서 지난해 177곳으로 크게 늘었고 올해는 229곳으로 증가했다.
발행 규모도 급증세다. 2016년 1,168억원에서 올해는 9조원에 달한다.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에서 재난지원금으로 지역화폐를 지급하며 발행 규모가 더 늘었다.
지역화폐 발행이 9조원에 이르면서 보조금으로만 9,000억원이 지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 지자체는 현금보다 활용성이 떨어지는 지역화폐의 판매·유통을 촉진하기 위해 액면가보다 10% 할인된 가격에 지역화폐를 판매하고 정부는 이 차액을 보전한다.
조세연은 “보조금 중 소비자 후생으로 이전되지 못하는 순손실 460억원과 지역화폐 운영을 위한 부대비용 1,800억원을 합하면 올 한해 지역화폐 발행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순손실은 2,260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조세연은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사라지고 발행비용, 소비자 후생 손실,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예산 낭비, 사중손실 등 부작용만 남게 된다”며 “국가 전체적인 후생 수준을 저해하는 지역화폐 발행을 중앙정부가 국고보조금을 통해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화폐는 소비자들의 지출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아 지역 내 소상공인의 매출을 늘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인접 지역은 소매업 매출 유출을 막기 위해 경쟁적으로 함께 지역화폐를 발행하게 된다. 역내 소비가 늘어나는 만큼 역외 소비가 줄어들어 사회 전체적으로는 각 지역의 발행비용만 순효과로 남는다. 반면 상대적으로 재정이 열악한 소형 지자체의 경우 발행 규모나 할인율 경쟁에서 밀려 지역 내 매출이 오히려 감소할 수도 있다.
특히 지역화폐는 사용 지역과 업종이 제한되기 때문에 같은 액면가의 현금보다 열등해 반드시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키게 된다.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동네마트나 전통시장은 대형마트보다 물건 가격이 평균적으로 비싸고 제품의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키는 요인이다. 지역화폐의 사용이 특정 업종에 집중되면 해당 업종에서 물가가 인상되는 효과 또한 발생할 수 있다. 현금으로 교환하는 불법거래를 단속하는 데 상당한 행정비용이 투입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조세연이 2010~2018년 전국사업체 전수조사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나타나지 않았다. 지역화폐 대부분은 동네 마트·식료품점에서만 사용됐고 기타 업종에서는 유의미한 매출 증가가 없었다. 고용 면에서도 임시일용직 등만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조세연은 전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을 적극 활용하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입은 일부 지역에만 한정적으로 지역화폐를 발행할 것을 제안했다. 송경호 조세연 부연구위원은 “지역 내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으로도 지역화폐의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며 “발행 및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도 단일 주체가 일괄 관리하는 온누리상품권이 각 지자체가 관리하는 지역화폐보다 우월하다”고 평가했다. /세종=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