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27)씨를 둘러싼 ‘황제복무’ 의혹에서 일어난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추 장관 감싸기에 나선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이 네티즌의 분노를 사고 있다.
1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서씨의 ‘군 미복귀’ 문제를 두고 하태경 국민의 힘 의원과 정 장관 간 기싸움이 벌어졌다.
정 장관은 이날 하 의원이 서씨와 유사한 상황에서 휴가를 연장하지 못한 두 가지 사례를 언급하자 “지휘관이 배려했어야 할 부분”이라고 일반 사병의 불이익을 인정했다가, “그 친구(일반 사병)처럼 하는 게 맞다”며 서씨의 특혜를 인정하는 듯한 답변을 내놓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 의원은 “서씨처럼 비슷한 상황에서 우리는 특혜를 받지 못했다는 청년들과 부모들의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며 사례 일부를 공개했다. 우선 전화로 병가 연장을 문의했는데 ‘일단 복귀하라’는 대답을 들었다는 한 청년의 사례를 놓고 정 장관에게 “서 일병은 (전화를 통해) 휴가 연장이 정상 처리됐는데 이 병사는 불이익 받은 것 맞느냐”고 물었다.
정 장관은 “국방부에서 현재 적용 중인 규정이나 훈령은 어떤 특정 병사에게 적용하는 규정이 아니고 군에 들어와서 국가에 헌신하는 전 장병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규정이고 훈령”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하 의원은 “이 친구는 십자인대 파열로 병가 연장을 하려니 부대에서 들어오라 한 것”이라며 “명백한 차별이고 불이익 아니냐”고 재차 질의했고, 정 장관은 “만일에 그런 사례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해당 장병이 있는 부대) 지휘관이 좀 더 세심하게 배려했어야 할 부분”이라고 답했다. 십자인대가 파열됐음에도 서씨처럼 전화로 병가를 연장하지 못하고, 일차적으로 부대에 복귀한 해당 장병이 절차상 불이익을 받았음을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두 번째 사례에서 정 정관의 답변은 달랐다. 하 의원은 또 다른 사례를 들어 “서 일병은 4일 치료에 19일 병가를 받았는데. 이 친구는 3일 치료 서류밖에 없어서 병가를 딱 4일밖에 못 받았다”며 “서 일병의 상황과 큰 차이가 없다. 이 친구가 차별 받은 게 맞느냐”고 질의했다.
이때 정 장관은 “그 친구처럼 하는 게 맞는 절차라고 본다”고 답변했다. 3일의 서류가 있다면 서류로 확인되는 상황만큼 병가를 받는 것이 군 규정에 맞는다는 취지로 답한 것이다. 그러자 하 의원이 “그럼 서 일병이 특혜 받은 것이 맞지 않느냐”고 물었고, 정 장관은 “서 일병 관련 부분은 여러 입장 자료를 확인해야 하는데 그것이 확인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자료가 남아있질 않아 말씀 못 드리는데 필요하면 검찰 수사에서 왜 자료가 안 남아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이후 정 장관이 서씨의 ‘군 휴가 연장’에 있어서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는 취지의 보도가 잇따르자, 정 장관은 오후 늦게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다.
그는 “언론에 속보가 뜬다. 정 장관이 ‘추 장관 아들 휴가 적용이 잘못됐다’고 말했다는 기사가 (내용이) 맞느냐. 그런 식으로 답변했냐”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하태경 의원이 질의할 때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전체적으로 국방부의 기존 입장과 특별히 다른 내용은 없다”고 해명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계속해서 오락가락하는 정 장관의 답변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추미애 하나 지키겠다고 군을 통째로 무너트리는 구나”, “시키는 대로 하려니 헷갈리나보다”, “그래서 서 일병 휴가 연장이 잘못이라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질의하면 이해를 못하는지 동문서답이다”, “야당이 물을 때랑 여당이 물을 때 답변이 왜 다르냐”, “정경두 장관이 불쌍하기까지 하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앞서 이날 오전 당 회의에서 나온 “전화, 메일, 카톡 등으로 (군 휴가 연장) 신청 가능하다”는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도 네티즌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당시 회의에서 추 장관 아들 서씨 관련 의혹이 “전형적인 지록위마”라면서 ‘휴가 미복귀’ 의혹을 두고 “담당자 허가가 있으면 미복귀자의 휴가 사용이 가능하다”며 “휴가 중 부득이 사유가 있으면 전화, 메일, 카톡 등으로 (휴가 연장) 신청 가능하다고 한다”고 야당의 주장을 반박한 바 있다.
이날 김 원내대표는 전일 있었던 국회 대정부질문에 대해 “안타깝게도 추 장관 아들 청문회로 변질됐다. 팩트(사실관계)는 젊은이가 군 복무 중 무릎 수술을 받았고, 경과가 좋지 않아서 치료를 위해 개인휴가를 연장해 사용한 것”이라며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이 사안이 야당의 무분별한 정치 공세에 의해 엄청난 권력 비리인 것처럼 비화됐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의 ‘카톡 휴가 연장 가능’ 발언에 네티즌은 다시 한 번 공분했다. 네티즌들은 댓글에서 “민주당에 카톡 보내면 복귀 안 해도 된다”, “추미애 장관님께서 국방 행정 간소화라는 큰일을 해내셨다”, “앞으로 장병들이 카톡으로 못 들어간다고 말해도 걸고넘어질 생각하지 마라”, “영창 갔다 온 분들 뭐하냐. 빨리 국방부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해라”, “원래 있는 법인데 개돼지들만 몰랐나보다”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야당도 김 원내대표를 맹비난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여당 원내대표의 궤변이 군복무를 캠핑으로 바꿔놨다”며 “국민은 추 장관의 강변과 비아냥거림도 끔찍이 싫어하지만 옆에서 거들어주는 여권의 낯간지러운 행태를 더 미워한다”고 맹폭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역시 “서일병 하나 감싸려고 자꾸 실없는 얘기 하지 말고,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라”며 “사실 서 일병 덕에 사병들이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권리를 되찾게 됐다. 이 기운 이어받아 이참에 군대도 아예 언택트로 운용하면 어떠나? 재택복무제. 점호도 엄마가 대신해주면 인정”이라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