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野 "개인 의견일뿐" 진화에도...재계 "한국만 경영 족쇄" 한숨

[김종인 기업규제 3법 찬성하나 경영계 발칵]

野, 경영권 방어·금산분리완화 등 규제완화법안 지속 발의

김종인 위원장 생각대로 '국민의 힘' 움직일지는 미지수

경영계, 감사위원 분리선임·다중대표소송제 가장 우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4일 국회 비상대책위원장실에서 이뤄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공정거래법과 상법 등에 대해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라고 찬성 의지를 밝혔다.  /권욱기자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4일 국회 비상대책위원장실에서 이뤄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공정거래법과 상법 등에 대해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라고 찬성 의지를 밝혔다. /권욱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정거래법·상법을 개정하자는 입장을 밝힌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 위원장은 비례대표 의원으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았던 지난 2016년 9월 기업 총수 견제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이미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앞서 2012년 새누리당 비대위 위원 시절 내건 경제민주화 공약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도 상법 개정이었다.


이에 따라 경영계와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김 위원장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 신분이 아닌 야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내년 보궐선거만을 겨냥해 이 같은 발언을 내놓을 수 있지만 경영계의 우려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 내부에서도 김 위원장이 기업 규제 3법에 대해 원론적인 찬성 입장을 보인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정체성과 그동안 견지해온 당의 정책적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까닭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과거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보여온 행보에 대해 야당의 수장으로서 명쾌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김 위원장의 ‘공정거래법·상법 개정에 원론적 찬성’을 밝히는 수준의 입장 표명으로 국민의힘이 김 위원장의 생각대로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추경호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구체적이고 명확한 의사를 밝힌 것도 아니고 당의 방침이 정해진 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 경제환경이 안 좋고 기업의 경쟁환경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에 기업에 힘을 보태주고 창의적, 역동적으로, 활력 있게 경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소속 정무위 위원인 윤창현 의원도 “당의 입장이라기보다 개인 의견의 측면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며 “경제민주화, 재벌구조개혁의 필요를 총론적 관점에서 얘기한 것으로 본다”고 김 위원장의 소신과 당론이 다른 점을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법 개정 의지를 ‘정치적인 메시지’ 차원에서 해석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기업의 경영권을 보장하고 자율성을 높이는 개혁안과 법안을 내놓고 있다. 윤희숙 경제혁신특위 위원장은 10일 일반지주회사의 기업형벤처캐피털(CVC) 보유 허용 등 금산분리 완화를 혁신안의 하나로 내놓았다. 또 추경호 의원은 경영권 방어장치인 차등의결권과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 등의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법사위에 중점 처리법안으로 다뤄달라는 요청까지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의중이 당론으로 확정돼 기업 경영과 자율성을 축소하는 법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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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에서는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다중대표소송제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5대 기업의 한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에 여러 쟁점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감사위원 분리 선임, 다중대표소송제가 기업 활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며 “감사위원 분리 선임의 경우 의결권이 3%로 제한되기 때문에 경영권 위협이 가장 크게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시세차익을 노린 외국계 투기자본이 이 법을 악용해 장난을 치는 길을 확대해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중대표소송제와 관련해서도 “모회사 주주가 직접 자회사 이사에 대한 책임 추궁을 허용하는 것으로, 이 역시 경영권 위협에 악용될 수 있다”고 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대해서는 “계열사 간의 거래를 사실상 금지하는 것”이라며 “지분을 일거에 매각해야 하는 문제가 초래돼 소액주주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계열사 간 거래가 금지되면 수직 계열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없다”고 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총수일가 지분이 20% 이상(비상장사)과 30% 이상(상장사)인 계열사만 해당됐던 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상장·비상장사 모두 20%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상장·비상장사가 지분을 절반 넘게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를 받는다. 이를 적용하면 올해 5월 기준 210개인 규제 대상 회사가 591개로 늘어난다. 현대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와 SK그룹의 SK, 삼성그룹의 삼성웰스토리 등이 규제 대상에 새로 포함된다.

경영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미중 무역 분쟁, 화웨이 수출 규제 등 대외 악재가 쌓여 있는 상황”이라며 “규제를 완화해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인데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다른 선진국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규제 완화에 나서는데 우리만 거꾸로 가는 형국”이라며 “규제의 내용뿐 아니라 시기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경영계 관계자는 “이 법이 악용될 경우 기업들은 본연의 역할인 경영활동이 아니라 규제를 회피하거나 외부의 공격에 대응하는 데 힘을 소진해버릴 수 있다”며 “경영계의 호소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아 참담하다”고 했다. /임지훈·김능현·구경우기자 jhlim@sedaily.com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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