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남편 폭행 피하려고…맨발로 2층서 뛰어내린 中 여성

중국 내 가정폭력 심각하지만

이혼보다는 '화해' 강요하는 법원

숙려기간 도입해 이혼 문턱도 높여

지난 2017년 고등학교 시절 남자친구와 결혼한 리우쩡옌은 약 1년 후부터 악몽 같은 결혼생활을 보내야 했다. 남편의 폭행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도박에서 7,200달러(약 845만원) 이상을 잃은 남편은 리우씨를 폭행하기 시작했다. 리우씨는 “처음에는 이를 가정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며 “당시에는 사람들이 ‘가정폭력’이라는 단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리우씨의 사례를 소개하며 중국 내 가정폭력의 심각함에 대해 보도했다.

3번에 걸친 남편의 폭행에…시어머니 "도망쳐라"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리우씨는 곧 집을 나와 다른 곳에 머물렀지만, 남편의 끈질긴 사과와 애원에 결국 돌아갔다. 어린 아기였던 아들이 눈에 밟혔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폭행은 다시 발생했다. 지난해 7월 리우씨가 시어머니에게 남편이 카드게임을 하며 밤을 새웠다고 말하자, 남편은 불같이 화를 내며 리우씨의 뺨을 때리고 주먹으로 쳤다. 이를 눈앞에서 목격한 시어머니는 약 한 달 뒤인 8월, 자신의 아들이 도박을 하다 화가 난 모습을 보고 며느리인 리우씨에게 “문을 잠그고 빨리 도망쳐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문자를 받은 리우씨는 친정어머니와 함께 머물렀고, 며칠 뒤 남편이 외출했다고 생각해 자신의 가게로 돌아왔다. 하지만 남편은 곧 가게에 난입했고, 리우씨를 바닥으로 밀치고 뺨을 때리고 휴대폰도 빼앗았으며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결국 리우씨는 맨발로 2층 창문을 통해 뛰어내렸다. 이 장면은 가게 CCTV를 통해 촬영됐으며, 온라인상에도 퍼져 중국 내 가정폭력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NYT는 전했다. 이 폭행과 사고로 리우씨는 허리와 가슴, 안와에 골절을 입었으며 하반신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부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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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투데이


하지만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리우씨의 이혼 요청을 법원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조사 결과 남편이 리우씨에게 부상을 입혔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이 사건이 형사사건으로 분류됐고 남편은 구금됐지만, 여전히 법원은 남편이 이혼에 동의하지 않은 만큼 조정이 필요하다며 리우씨의 요청을 거부했다. 결국 리우씨가 가게에서 폭행 당한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후에야 판사는 전화를 걸어 조정은 불필요하며 법원이 곧 평결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영상이 공개된 지 3주 만인 지난 7월 28일 이혼을 허가받았다. 마지막 폭행을 당한지 약 1년 만이었다. 이 과정에서 리우씨의 시댁은 자동차와 아파트를 주겠다며 이혼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명백한 폭행 증거에도 이혼 안된다는 中 법원…가정폭력 수위 심각
NYT는 이 사건은 중국 내 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두 가지 문제인 ‘만연한 가정폭력’과 ‘여성에 적대적인 법적 제도에서 정의를 얻는 것의 어려움’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켰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 가정폭력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011년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성 4명 중 1명 꼴로 신체적·언어적 학대를 당했거나 파트너에 의해 자유를 제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학대 피해 여성들과 인터뷰를 진행한 활동가들은 이들의 수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봉쇄령이 내려진 동안 학대가 더 많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6년 가정폭력방지법을 도입했다. 하지만 처벌은 약한 수준이다. 부부간의 강간은 합법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법원의 금지 명령은 강제성도 거의 없는 수준이다.

지난 2018년 미국 조지아에서 한 여성이 가정폭력에 반대하는 문구가 적힌 푯말을 들어올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혼도 쉽지 않다. 중국 정부는 내년부터 이혼을 추진하는 부부에게 30일간의 숙려기간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이혼의 문턱을 높일 계획이다. 국회의원들은 이 법이 부부가 경솔하게 이혼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법이 리우씨와 같은 피해자를 끔찍한 결혼생활에 더 오래 묶어놓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NYT는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에서도 가정 폭력이 심각한 문제로 인식됐다면서도, 법적 시스템은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결혼법은 가정폭력으로 인한 이혼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법원은 여전히 사회와 가족의 화합을 명분으로 화해할 것을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활동가들은 경찰과 법원은 이혼은 나쁜 것이고, 결혼은 사회의 기반이라는 관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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