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대중 반도체 수출 중단과 그 이후

<구정모 대만·CTBC 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한국경제학회 명예회장>

화웨이 제재 1년땐 수출 13조 감소

단기 매출감소 불가피해도 기회 있어

스마트폰 점유율 흡수·5G 반사익 등

민관 적극 협력해 위기 반전시켜야




드디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그동안 첨예하게 치닫던 미중 무역전쟁이 기술냉전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의 급소를 겨냥하기에까지 이르게 됐다. 중국 최대 통신기업인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가 지난 15일 발효된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도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수출을 중단하게 됐고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게 됐다.

더구나 미국의 조치가 화웨이에 대한 제재에 머무르지 않고 중국 최대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SMIC에 대한 제재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강력한 반발과 미국 반도체 산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제재가 SMIC를 겨냥하고 있다. 이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급소를 정밀타격함으로써 중국 ‘반도체 굴기’의 싹을 자르겠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전개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지각변동의 서막을 알리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이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지난 1~7월 반도체 총수출액 547억4,000만달러 가운데 224억9,000만달러가 대중 수출이다. 무려 41.1%의 비중이다. 홍콩으로의 수출은 113억8,000만달러였는데 이 가운데 중국으로 향한 우회수출이 포함되면 대중 반도체 총수출액은 더 늘어난다. 같은 기간 중국으로의 평판디스플레이 및 센서 수출액은 38억2,000만달러로 수출 비중은 43.7%였는데, 이를 포함하면 대중 반도체·디스플레이 총수출액은 올해 들어 7개월 동안 300억달러를 넘어선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1년간 이어질 경우 대중 반도체 수출은 13조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한국의 반도체 총수출액 112조원을 고려할 때 큰 비중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다. 반면에 화웨이를 제외한 다른 기업들로의 수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사실 우리의 반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섣불리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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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적으로는 우리 반도체 산업에 위기이면서 또 하나의 기회일 수 있다. 즉 한국 기업들은 단기적 매출 감소는 어쩔 수 없지만 중장기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점유율 일부가 삼성전자와 LG전자로 대체될 수 있으며, 스마트폰에 소요되는 반도체 수급은 큰 변화가 없을 수 있다. 또한 5세대(5G)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의 퇴출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중국 굴기’ 성취에 직결되는 ‘반도체 굴기’에 사활을 걸고 있고 미국은 화웨이 제재를 발판 삼아 ‘5G 인프라 구축’이라는 미래 핵심 인프라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화웨이 제재를 촉발한 배경이다. 바로 이번 사태가 미중 무역전쟁의 승부를 가리고 향후 4차 산업혁명의 패권을 가늠하게 되는 승부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로서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 됐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를 지탱해주고 미래까지 달려 있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 역시 이 전쟁의 결과에 따라 명운을 달리한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얼마 전의 일본의 수출규제는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 큰 위기로 다가왔으나 공급처의 다양화와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냈다. 분명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우리 반도체 산업에는 위기다. 하지만 이와 같이 우리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기업과 정부의 긴밀한 협력과 적극적인 대응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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