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단독] '확장재정 방어벽' 스스로 허문 정부

재정준칙 내주 발표

예외조항 많아 사실상 '고무줄'

구체적 수치는 시행령에 담아

정치권 지출 확대 요구땐 무방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혁신성장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혁신성장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다음주 발표하는 재정준칙의 재정수지와 국가채무비율 등을 법안에 넣지 않고 시행령(대통령령)에 담기로 했다. 정부 스스로 유연성을 강조한 나머지 재정 건전성 지표를 명확하게 법안에 두지 않고 시행령에 넣어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정치권의 확장재정 요구를 방어하는 장치를 스스로 무너뜨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재정준칙에 경기둔화 시 완화하거나 재해 등의 위기가 닥쳤을 때 면제하는 식의 예외조항을 넣기로 했다. 또 재정수지·국가채무 등의 수치를 법안에 넣지 않고 시행령에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다음주 발표할 예정이다. 당정 핵심관계자는 “법률에 수치를 넣기에는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이 있어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령에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준칙은 국가채무나 재정적자 등 재정지표에 일정한 목표를 부여하고 이를 관리하도록 법제화하는 것을 뜻한다. 통상 수입·지출·재정수지·국가채무 등 네 분야로 나뉜다. 정부는 지출 규모를 통제하기 위해 재정지출이 수반되는 법률을 만들 때 재원조달 방안도 함께 명시하는 ‘페이고(Pay-Go)’ 원칙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고 원칙은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다가 무산됐다. 하지만 법안에 예외조항을 두고 적용 시점도 유예기간을 둬 다음 정권부터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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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법안에 재정수지·국가채무 등의 수치를 규정하지 않고 시행령으로 정함에 따라 사실상 ‘준칙’의 의미는 사라지고 고무줄처럼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자칫 유명무실해져 빠른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제어하는 등 재정 건전성을 사수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올해 네 차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과 국가채무비율은 각각 6.1%, 43.9%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세종=하정연·황정원기자 ellenaha@sedaily.com

황정원·하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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