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카카오페이 '자산관리 시장' 출사표…국회·금융연은 “독점 우려”

카카오페이 '버킷리스트' 서비스 출시

목표·금액 정하면 자동으로 자산관리

금융연 "빅테크에 완화된 규제 적용 바람직하지 않아...규제체계 전환해야"

입조처도 "마이페이먼트로 독점구조 우려...가이드라인 필요"




3,400만명의 가입자를 자랑하는 카카오페이가 개인맞춤형 자산관리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자신의 목표와 금액을 정하면 달성할 때까지 자산관리를 도와주는 ‘버킷리스트’ 서비스다. 카카오페이는 이를 통해 소비자의 모든 금융 일상을 파고들겠다는 야심 찬 구상이다. 하지만 금융연구원은 물론 이례적으로 국회까지 나서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의 공습으로 금융독점이 나타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아 금융권의 ‘기울어진 운동장’ 우려는 더 커지는 형국이다.

22일 카카오페이는 미디어 세미나에서 “‘코로나 끝나고 해외여행’처럼 평소 목표와 금액을 정하면 돈을 모을 수 있게 도와주고 자산을 자동으로 굴려주는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1인당 5개까지의 버킷리스트를 만들 수 있고 목표마다 카카오페이증권 계좌가 하나씩 개설돼 돈이 섞이지 않고 관리된다. 계좌에는 전월 실적 조건이나 한도 없이 매주 연 0.6%(세전)의 이자가 지급된다. 중도 출금이나 해지도 가능하다.


김성훈 자산관리 실장은 “모든 금융생활을 카카오페이로 할 수 있게 ‘내 손안의 PB’가 되는 것이 지향점”이라고 밝혔다. 버킷리스트 충성고객이 확보되면 고객은 카카오페이를 통해 결제·자금이체 등 기본적인 금융생활부터 각종 투자, 대출중개, 보험까지 모든 면에서 카카오페이를 거치게 된다. 특히 카카오톡 가입자 정보와 카카오뱅크·모빌리티·메이커스·클레이(암호화폐) 등의 정보를 결합할 수 있게 되면 내년 초 본격화할 마이데이터 경쟁에서도 차별화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이 빨라지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최근 ‘금융규제 재정비 필요성과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현 금융규제는 규제차익을 발생시켜 금융산업 균형발전, 시스템 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각종 규제를 적용받는 전통적인 은행·카드사 등과 달리 빅테크는 헐거운 규제를 받으면서 급성장하고 있고 이는 결국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네이버·카카오페이는 온·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를 하며 신용카드와 유사한 기능을 하지만 카드사와 달리 마케팅 제한 등을 받지 않는다. 보고서는 “금융혁신 차원에서 중소기업인 ‘핀테크’에 완화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교섭력이 강한 ‘빅테크’에까지 완화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동일기능 동일규제’의 원칙에서 은행·보험·카드 등 업권별로 나눴던 규제를 핵심업무 중심의 기능별 규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 “지급결제 시장이 은행과 카드사의 독과점 구조였는데, 마이페이먼트 서비스로 금융플랫폼 사업자가 시장을 독점하는 구조로 치환될 우려가 있다”고 날을 세웠다. 금융위원회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통해 ‘마이페이먼트(지급지시전달업)’ 도입을 추진 중이다. 지금은 소비자가 온·오프라인 상점에서 물품을 구매할 때 카드를 쓰면 상점은 신용카드사에 판매대금을 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면 카드사는 소비자의 은행에서 대금을 받아 상점에 전달한다. 하지만 마이페이먼트가 도입되면 소비자는 00페이로 결제를 하고, 00페이는 신용카드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고객의 은행에서 돈을 상점에 이체시킨다.

보고서는 “카드사에 지불했던 수수료가 줄어 소비자·판매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카드사는 수입이 줄고, 은행 역시 결제·송금기능을 마이페이먼트 사업자에 뺏기고 대출·예금만 담당하는 기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다양한 세제혜택 등으로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해왔는데, 이를 단기간에 바꿀 경우 카드사에 타격을 주고 결국 소비자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며 “금융기능 집중으로 부작용이 생기지 않게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태규·빈난새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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