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수칙마저 지키지 않은 어이없는 실수로 올겨울 ‘트윈데믹’을 대비해 준비한 방역망이 흔들리고 있다.
방역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독감이 함께 유행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평소보다 20%가량 많은 1,900만명분의 무료 독감 백신을 준비했지만 이 중 4분의1에 달하는 500만명분이 유통과정에서의 실수로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만약 500만명분의 백신 전체가 오염됐다는 결과가 나오면 트윈데믹을 막기 위한 한 축인 독감 방역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충북 오송의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독감 백신 접종중단 관련 브리핑에서 “조달계약업체가 유통과정에서 백신 냉장 온도 유지 등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사례가 어제 오후에 신고돼 무료 독감 백신 접종을 긴급 중단했다”고 밝혔다.
당초 질병관리청은 지난 8일부터 인플루엔자 백신 2회 접종 대상자(생후 6개월~9세 미만 어린이)에 대한 무료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이날부터 13~18세와 임산부를 시작으로 만 62세 이상 등 1,900만명에게 백신 무료 접종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백신의 유통을 맡은 신성약품이 500만도즈의 독감 백신을 전국 보건소 등에 배포하기 위해 냉장차에서 지역별로 재배분하는 과정에서 일부가 상온에 노출됐다. 정부는 13~18세와 임산부에 대한 무료 백신 접종을 즉각 중단했으며 접종 재개는 최장 2주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독감 백신은 보관온도(2~8도)보다 높은 온도에 노출되면 단백질 함량이 낮아져 백신의 효능이 떨어질 수 있다. 정 청장은 “구체적인 노출 시간, 문제 여부 등에 대한 조사에 약 2주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오염이 의심되는 백신들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거쳐 품질이 검증된 제품부터 순차적으로 공급을 재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