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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추석, 흩어져야 산다

서지혜 바이오IT부 기자




“이번 추석엔 총리를 파세요.”

최근 화제가 된 정세균 국무총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 중 하나다. 정 총리는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추석엔 총리를 파세요’라는 제목의 게시물 3편을 연달아 올렸다. 주로 이동 자제를 위해 정 총리를 핑계 삼아 고향 방문을 자제하고 집에 머물며 친지와 모임도 도모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이다. 해당 게시물은 부모님 편, 자녀 편에 이어 삼촌 편까지 게시됐다. 특히 첫 게시물인 부모님 편에는 부모가 자녀와의 전화통화에서 “정 총리가 그러더구나. 추석에 가족들이 다 모이는 건 위험하다고. 용돈을 두 배로 부쳐다오”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어쩌다 총리가 이 같은 캠페인에까지 직접 나서게 된 걸까. 지난 8월 중순 이후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는 급격히 늘었다. 최근 400명대에서 두 자릿수로 내려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안심하기에는 이른 수준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에서 2.5단계로 격상하는 등 당국은 방역의 고삐를 조이는 데 고심하고 있지만 휴가철과 추석 연휴를 맞이해 여행·가족행사 등 각종 모임을 포기하지 못하는 시민들로 인해 집단 감염이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한 탓이다. 8월 이후 한 달간 보고된 사례만 해도 경기 양평군 단체모임, 부산 사상구 지인모임, 동창회 속초여행 모임, 안양·군포지역 지인모임, 대전 일가족 식사모임, 곤지암 지인여행모임, 영남 골프여행모임 등 주로 가족·친구·지인 간 모임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많게는 20~30명까지 전국적으로 관련 접촉자를 양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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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모임은 서울 지역에서만 4명 중 1명에 이르는 ‘감염경로 불명 확진자’와 ‘무증상 확진자’를 구별해낼 수 없기 때문에 위험하다. 상호 신뢰할 수 있는 지인 간 모임에서는 대화를 나누느라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경우가 많고 방역에 느슨해지는 게 현실이다. 해당 모임에 감염경로를 모르는 확진자와 양성이지만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이들이 끼어 있을 경우 해당 모임 인원은 모두 확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 총리가 ‘총리를 파세요’라는 문구까지 동원해가며 가족 간 모임을 지양하기를 권장하는 이유다.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가 아무리 휴게소에서 취식을 금지하고 고속도로 통행료를 올려받아도 1년에 한두 번 있는 가족 모임을 강제로 해산할 수는 없다. 모든 건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에 달렸다. 친한 모임이더라도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고 생활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추석 이후 다시 확진자 수가 400명까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겨울철 독감 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트윈데믹’이 발생할 우려가 높은 만큼 이제 또 다른 재확산을 막는 건 방역 당국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다. 올해 추석은 흩어져야 산다. 가족모임과 집회·예배, 각종 방문판매 등을 모두 자제해야 하는 이유다.
wise@sedaily.com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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